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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 Heart] 영화 ‘안락소’
[Search Heart] 영화 ‘안락소’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9.06.21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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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락사’ 이미지
영화 ‘안락소’ 이미지

자신의 목숨을 끊는 데 가장 큰 방해 거리는 바로 두려움이다. 문제는 보통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가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선택한 극단적인 방법이다. 고통을 벗어나고자 선택한 것이 자살인데, 자살이라는 수단에서 오는 고통이 두려운 것이다. 만약 이러한 고통과 두려움을 해결해주는 곳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그곳에 찾아가게 될까?

황동석 감독의 단편 영화 <안락소>는 사업 실패로 집과 가족은 물론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 상철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죽음’과 ‘고통없이 사후 처리까지 깔끔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안락소라는 곳에 찾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락소에는 편안한 죽음을 위해 찾아갔지만, 오히려 여러 가지 귀찮고 불편한 절차가 상철을 기다린다. 왜 해야하냐는 질무에도 무조건 절차일 뿐이라고 대답한다. 그가 할 일은 일차적인 서류 작성과 유품 정리, 유서 작성이었다. 첫 번째 절차에 따라 일을 마친 상철이 돌아오자 두 번째 절차가 그를 기다린다. 상철이 한 번에 하면 되지않냐고 항변해도 절차라서 그렇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상철이 두 번째로 해야할 일은 영정 사진을 찍고, 유골을 뿌릴 장소를 찾는 것이다. 투덜댔지만 어쩔 수 없이 모두 처리하고 돌아오자 가장 큰 절차가 남아있었다. 안락사를 실행하기 위해선 5명의 동의서가 필요했다.

상철은 다 죽어가는 사람도 주위 사람들이 안락사를 거부하는데 가능하겠냐고 묻지만, 역시 절차라고 말한다. 안되면 하지 말라고 말하니, 상철도 방법이 없었다. 이후 상철은 아내와 아들, 자신의 회사에서 큰 역할을 하다 회사를 나간 양과장을 찾아간다.

상철과 양과장의 대화는 상철과 아내의 대화보다 큰 임펙트를 준다. 어찌됐든 상철은 양과장이 회사를 나가면서 회사가 기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 때문에 양과장이 잘 먹고 산다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지만, 결국 아내가 말했다시피 자신의 잘못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뛰어난 연기력과 대사는 상당히 흡입력을 가진다. 그리고 상철에게 가장 큰 연향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안락소는 ‘안락소’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는 김영하 소설가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소설을 잠깐 떠올리게 만든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의뢰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의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 소재면에서 ‘안락소’와 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철을 관리하던 직원은 그가 날짜가지 오지 않는 것을 들으며 미소 짓는다. 어려운 상대에게 이상한 서명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죽기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을 해내고 자신의 잘못을 듣게 되었을 때, 과연 상철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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