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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칼럼] 영화 ‘술잔이 넘치면 짐이 된다’
[유현준 칼럼] 영화 ‘술잔이 넘치면 짐이 된다’
  • 유현준 기자
  • 승인 2019.07.0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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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표현
영화 ‘술잔이 넘치면 짐이 된다’ 이미지
영화 ‘술잔이 넘치면 짐이 된다’ 이미지

유태준 감독의 영화 <술잔이 넘치면 짐이 된다>는 ‘제1회 주류 29초영화제’ 출품작이다.

이 영화는 <술잔이 넘치면 짐이 된다>는 담백한 제목을 통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지게

계단에는 지게가 하나 쓰러져 있다. 그것을 발견한 남자 ‘범석’은 그 앞에 서서 한숨을 내쉰다. 이어 범석은 지게를 등에 짊어지고 거리와 골목을 지나치고 계단을 올라간다. 힘든 여정을 하며 그가 도달한 곳은 바로 집이다. 무사히 집에 도착한 범석은 지게를 침대 위에 집어 던지듯 내려놓는다.

그리고 범석은 뭐가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엎어져 있는 지게를 촬영한다. 그가 촬영 버튼을 누르자,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지게는 술에 취한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유태준 감독은 만취해 쓰러진 사람을 지게라는 짐으로서 그려내고 있다.

과음한 이는 옆 사람을 힘들게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만취해 쓰러진 사람을 위해 주위 사람은 시간을 내고 힘을 써서 집으로 데려다 줘야 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짐을 짊어지고 가는 노동에 비유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노동에 비유하는 것이 민망하다.

다만, 술에 취한 사람을 지게로 표현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게는 짐을 얹어 사람이 지고 다니게 만든 기구로 도움을 주는 것이지, 짐 그 자체로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범석이 짊어지고 가는 것이 지게가 아닌, 짐이라고 말할 수 있을 다른 무언가였더라면 더 좋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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