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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유은정 감독 – 영화 속 '문'은 어떤 의미?
[심층인터뷰]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유은정 감독 – 영화 속 '문'은 어떤 의미?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9.08.23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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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라는 존재는 기억이 될 수도 있고 상념이 될 수도 있다"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는 유령이 된 ‘혜정’의 이야기를 담은 블루지 판타지 영화다. 도시 외곽의 공장에서 일하는 ‘혜정’(한해인)은 남들 다 하는 연애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다.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던 ‘혜정’은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의 방에서 유령이 되어 눈을 뜬다. 유령이 된 ‘혜정’의 시간은 하루하루 거꾸로 흘러, 밤의 문의 끝에서 마침내 ‘효연’(전소니)을 만난다.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초청되어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선택 장편 부문과 제5회 춘천영화제 독립신작로 부문, 제9회 광주여성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죽지 않으려 하는 것만도 벅찬데,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는 무엇일까? 충무로 인근 카페에서 유은정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은정 감독 / 사진 = 무브먼트 제공
유은정 감독 / 사진 = 무브먼트 제공

Q.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의 구성에 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흘러온 과거가 존재하고 사건과 사건의 해결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구성과 조금 다른, 구체적일 수 없는 미래를 마주한 후 과거를 향해 거꾸로 흘러가는 구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의 이러한 구성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유령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떠올렸고, 먼저 유령이란 존재의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에 대한 고민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사람과 정반대로 유령을 설정했을 때, 우리는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을 잔 후 내일이 있는 건데 이걸 뒤집어 보면 ‘유령은 낮에 잠이 들고 밤에 일어나서 활동하고 자고 일어나면 어제가 되는 방식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뻗어갔습니다. 또 많은 창작물에서 유령이 내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내가 과거에 어떤 원한이 있고를 항상 호소하는 방식이, 과거에 매여있는 모습이 유령과 너무 잘 맞고 밤에 활동하는 부분도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특정한 세계를 설정해도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령이라는 존재가 과거에 매여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때문에 제가 혜정이란 인물을 어떻게 보여줄까 했을 때 자연스럽게 과거의 시간 속에서 혜정이란 인물과 사건을 보여주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마 그건 저의 경험들과 연결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과거의 제가 하지 못했던 것, 후회되는 일들? '아 내가 이때 이렇게 행동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것들을 종종 떠올렸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보통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왜 그렇게 소심하게 속 좁게 굴었을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유령이 무언가를 후회할 때 사실은 그것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령이 자기의 지나간 일들 돌아보면서 후회하고 지켜보는 게 고통스러운 시간 같지만, 어느 순간 ‘나도 혹은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상황이었구나’를 한 발 떨어져서 보면서 자신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긍정했으면 좋겠다는 흐름을 떠올렸습니다.

Q. 그런 부분 때문이었을까요? 유령이라는 존재 자체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사람과의 관계 부분에 대해서 계속 시선을 멈추고 있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A. 유령이라는 존재가 기억이 될 수도 있고 상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Q.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 혹은 그들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교차 형태의 시간적 구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구성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관객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각본 과정에서 다른 형태의 구성이 후보에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교차 형태의 시간적 구성이 확실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또 시간이, 저희가 영화를 볼 때 너무 머리로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직감적으로 뭔가 와야 하는데 영화는 선형적으로 흘러가고, 사실 그 안에 있는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라는 것도 어느 순간 잊어버리기 쉬운 설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편집할 때 감정의 흐름을 잘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초고를 썼을 때는 훨씬 복잡했습니다. 그때는 밤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이고, 낮의 시간은 혜정이 사고를 당한 뒤로부터 미래로 흘러가는 시간이라 낮과 밤이 계속 교차되는 이야기인데 과거를 얘기를 하면 그 다음 과거, 그 다음 미래, 이렇게 도미노처럼 펼쳐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미래의 시간은 버리고 과거의 시간 한 가지로 다시 이야기를 구성을 한 게 그나마 조금 덜 복잡해졌다고 생각합니다.

Q. “내일이 없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왔던 길을 반대로 걷는다”는 혜정의 내레이션은 구성적 측면의 주된 골자를 제시하면서도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해당 문구를 처음 생각하셨을 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첫째로는 내레이션이 관객들한테 길잡이 역할을 해주면서도 정보전달 위주가 아니라 결국 혜정이라는 주인공의 정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영어 제목이 '고스트 워크'인데 혜정이란 인물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작은 여정 같은 거라서 과거 유령의 어떤 본령이 어디론가 걸어간다는 이미지는 초반에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내레이션으로 구체화할 때 유령이 걸어간다, 시간이 걸어간다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유령이 걷는다. 그 이유는 사라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유령이 사라지는 것은 사는 사람과 반대로 더 이상의 앞으로가 없기 때문이다. 어디론가는 가야 하기 때문에 어제로 걷는다를 생각하면서 첫 번째 내레이션을 썼던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내레이션이 많지 않았고 딱 하나 있었는데 그 내레이션은 '할머니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유령이 내일이 없고 어제로 갔단다' 이런 식의 짧은 문구가 시나리오 단계에 있었고 그 외의 내레이션은 없었습니다. 그때 당시는 ‘이런 영화예요’라는 문을 열어주는 정도의 내레이션이었는데 편집을 진행하면서 계속 혜정의 목소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레이션이 많이 들어가게 되면서 앞의 부분도 윤색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가슴 속 화를 터트리지 않고 소리 없이 분노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고 생각됩니다. 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고 크게 외쳐 분노하는 모습 역시 등장하구요. 어느 한 인물이 이런 모습을 대표한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봤을 때 분노의 형태가 두 인물의 캐릭터를 만드는 가장 특징적인 모습인 것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두 인물의 가장 큰 차이와 공통점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말씀해주신 부분이 맞습니다. 결국 분노라는 것은 나한테 어떤 일이,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가 어떻게 리액션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씀하신 캐릭터가 그 리액션이 다른 방식으로, 상반된 방식으로 나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혜정은 심지어 자기가 유령이 됐는데도 대체 누가 나한테 이런 거고 화를 내고 분노하는 대신 너무 당황하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누구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되지?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혜정은 좀 더 자기 세계로 들어가고 누가 때려도 확 거리감을 두고 참거나 무시하고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효연은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가 날 때리면 같이 때리고 누가 날 위협하면 나도 너를 위협하고 다시 돌려주려는 사람, 좀 더 밖으로 분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가장 큰 차이인데 사실 저는 두 인물이 결국에는 사회나 어른들, 부모라고 불리는 사람, 어떤 안전한 공간 이런 보호를 좀 받지 못하고 자랐고, 사회에서도 그렇게 보호받지 못하는 두 캐릭터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혜정 안에도 혜정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참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는 나도 좀 더 내지르고 싶은 마음이 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꾹꾹 눌러담거나 포기하거나 이런 거고. 효연도 혜정과 같이 뭔가 불안하고 내 안으로 숨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서 더 내지르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혜정의 여정이 중심이 됩니다. 호텔 장면에 가서는 효연의 어떤 에너지를 혜정도 느끼고, 거기서 지연이가 '우리가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보다' 이럴 때 효연은 '나는 아니'라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운명 이런 걸 수용하고 싶지 않아'이랬을 때 혜정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지금 이 유령의 시간이 내가 저항할 수 없게 흘러가지만 나도 한번 이 흐름 안에서 너무 순응하지 말고 무언가 지켜내봐야겠다라는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도 지켜낼 거야'라는 대사를 혜정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Q. 촬영을 시작하며 남다른 감정이 속삭였을 것 같습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A. 밤 촬영이 많아서, 촬영할 때 많이들 피곤하셨던 것 같습니다. 조명팀에서는 말 그대로 밤의 문이 열린다는 말이 많았어요. 밤 촬영은 조명이 절대 없을 수가 없어서 조명 세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조명팀이 더 힘들었을 겁니다.

또 소현 배우가 낮에 학교 등의 일정을 소화한 후 밤에 와서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많이 피곤해 했습니다. 때문에 쉬는 시간에 잠이 들면 다시 깰 때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이제 소현아 네 차례야, 일어나" 이러면 얘가 너무 힘들어하다가 '액션'을 외치는 순간 확 정색하고 연기를 해줄 때 그때가 기억에 남아요. 아역배우를 새벽 촬영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Q. 영화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문'이라는 단어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공간과 공간을 나누고, 나의 시간을 구성하는 모양의 특유의 뉘앙스가 있다보니 여러 의미를 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문'은 어떤 의미이실까요?

A. 말씀하신 대로 문이라는 게 안과 밖의 경계를 나누기도 하고, 어떨 때 문이 잠기기도 하고, 폐쇄적으로도 공간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되게 여러 가지로 이 제목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 밤에 문이 열린다라는 것이 이제 밤이 시작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밤에 문이 열리면 빛이 들어오고, 아침을 맞이한다는 의미도 될 수도 있고, 혜정이 마음을 연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꼭꼭 닫아두고 있던 마음의 문을 마지막에 조금 열고, 길게 지나왔던 유령의 시간 속에 밤을 마무리하면서 아침을 맞이한다. 그런 경계, 여닫는 개념이 있다는 거. 그리고 옛날 어르신들이 문이라는 것이 저승과 이승의 경계라고도 해서 문지방 밟지 말라고도 했던 이미지 등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Q. 서랍 속 묵은 원고를 다시 읽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2015년 여름, 각본의 초고를 완성했으나 이후 온전한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약 2년 동안의 공백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시 각본의 초고를 읽었을 때의 기분이 어떠했는지 궁금하고, 추가로 묵은 원고를 퇴고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각본의 초고를 다시 읽었을 때 ‘아, 정말 초고는 생각들의 조합이었구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담아놓은 바구니 같은 느낌? 그래서 뭔가 시작에서 되게 자연스럽게 흘러와서 끝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저는 좀 초고를 그렇게 쓰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넣어보고 일단 생각나는 것들을 배치해본다고 해야 할까요? 바구니 같은, 그래서 그것을 다시 읽었을 때 어떤 거는 너무 작위적이고 어떤 것은 너무 연출의 의도처럼 느껴지고 캐릭터나 이야기의 흐름으로 가는 게 아니라 ‘내가 끌고 와서 이 방향으로 가야해’라는 것이 좀 민망해지거든요. 민망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을 빼고 내가 너무 이야기를 이쪽으로 끌고 가는 식보다 그래도 조금 더 이 안에 있는 캐릭터나 이야기의 흐름으로 간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다시 배치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수정했던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처음 2015년에 쓰고 거의 안 보고 있다가 2017년에 다시 읽었습니다. 나머지 시간 속에서는 이런 경험들을 조금씩 쌓긴 쌓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떤 사건을 접했을 때 내가 예전에 썼던 그 이야기에서 나도 이런 얘기 하려고 했었는데, ‘이게 되게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이런 것들을 듬성듬성 쌓는 시기가 사이에 있었습니다.

또 트리트먼트를 시놉시스로 다시 한번 짧게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시 압축해보는 것도 좋은 작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진짜 하고자 하는 줄기가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시나리오 보면 아 이거 엄청 연관이 없는 이야기였구나라는 것들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예비 관객들과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뉴스포인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 영화가 유령이 등장하지만, 너무 이 인터뷰를 보신 독자분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혹시라도 지금 자기가 혼자라는 느낌이 들고 외롭고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으신다면 이 영화를 통해서 조금의 위로를 받으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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