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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석 칼럼] 영화 ‘INCEL’ 속 고통
[변종석 칼럼] 영화 ‘INCEL’ 속 고통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9.09.10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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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NCEL’ 이미지
영화 ‘INCEL’ 이미지

살아가다 보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운 좋게 성공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몇 번의 실패 끝에 남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자신을 개선하기보다 남들을 탓하기 시작한다면, 절대로 그 사람에게는 나중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을 바꾸는 게 쉬울 것이다. 나라의 제도나 문화를 바꿀 순 없는 모양이니 말이다.

존 메리잘데 감독 단편영화 <Incel>은 평생 여성에게 거부당한 한 젊은 대학생의 이야기를 담는다. <Incel>은 조용한 도서관에서 여성에게 작업 거는 어린 대학생 샘을 비추며 시작한다. 샘은 이것저것 말을 걸며 접근하지만, 여자는 끝내 불쾌하다며 거부한다. 샘은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배튼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샘은 자신의 실패담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연애교습 라디오를 들으며 화면에 표기된 동영상 번호는 246번이다. 남자는 인셀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한다. 그곳에 쓰인 온갖 폭력적인 말들과 상황들은 점점 샘의 생각에 악을 물들 정도로 충분해 보인다. 결국 자신의 분노를 영상으로 토해내면서 권총을 집어들었던 샘에게 방문자가 찾아온다. 옆 방에 사는 채드는 샘에게 예쁜 친구들이 많이 찾아오니 같이 파티에 가자고 제안한다. 샘은 머뭇거리며 알겠다고 대답했고, 그들의 대화는 영상을 통해서 인셀의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보여진다. 샘은 결심한 듯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인셀’은 비자발적 순결주의자, 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로 연애와 성관계를 원하지만, 전혀 이루지 못한 사람들을 일컫는 영미권 신조어다. 국내에선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인터넷상에서 여성혐오적 발언과 남성우월주의적 마인드를 가지고 각종 범죄를 일으키는 흉악범죄자가 출몰하기도 한다. 이들은 소수의 엘리트가 여성을 독점하는 것에 불만을 표현하고, 나아가 모든 남성이 자기가 원하는 성관계를 즐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강간 옹호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 집단이다. 이들이 저질렀다고 알려진 범죄가 가끔 국내 뉴스에 소개되어왔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존 메리잘데 감독의 <Incel>의 주인공 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는 샘에게 찾아온 채드가 내민 손을 잡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인셀의 사람들은 자살하라며 부추길 뿐이다.

<Incel>이 특별한 것은 ‘인셀’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실패를 병적으로 정리하는 샘의 모습에 포커싱을 맞춘다. 똑같은 장소에서의 실패를 저장한다. 이러한 상황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우선 도서관이라는 특정한 장소다. 보통 공부를 위해 도서관을 찾은 상대에게 작업을 걸었을 때,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도서관에서만 246번 거절당했다면, 다른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이러한 실패의 기록은 자신의 행동에 변화를 줄 생각을 하지 않고 남들을 탓하는 ‘인셀’ 커뮤니티 이용자에 대한 단적인 표현이다. 첫 2분 동안 샘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공부 중이던 여성이 샘의 얼굴 같은 건 별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연 그 상황에 적절한가가 문제인 것이다. 존 메리잘데 감독의 이러한 연출은 짧은 영상을 이용한 주제 전달에 탁월함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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