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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 Heart] 영화 ‘파리대왕’
[Search Heart] 영화 ‘파리대왕’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9.09.2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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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대왕’ 이미지
영화 ‘파리대왕’ 이미지

피터 브룩 감독의 영화 <파리대왕>은 윌리엄 골딩의 동명 소설을 영화한 작품으로써, 1963년 영화화되었다. <파리대왕> 이란 제목은 바알제붑이라는 파리 형상의 악마를 뜻한다. 악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타락이다. 이렇듯 <파리대왕>은 인간의 타락, 사회적인 시스템의 붕괴와 인간 본연의 잔인함을 작은 무인도와 적게는 6살 많게는 12살의 소년들을 통해 보여준다. 섬의 구조는 간단하다. 해안가 안으로 숲이 우거지고 중안 쪽에 별로 높지 않은 산이 있다.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나중에 요새가 되는 성채바위가 보인다. 숲 속에는 제법 먹을 만한 나무 열매들이 많았고, 멧돼지가 만들어놓은 길에는 종종 멧돼지가 있다. 식수도 충분했고 추위를 피하기 위한 장작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어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작은 섬에는 자신들밖에 없으며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처음 조직을 꾸린 것은 랄프와 돼지다. 돼지가 발견한 하얀 소라를 통해 하나 둘 아이들을 모은 랄프가 조직의 대장이 되고 작은 사회가 구성된다. 랄프는 어느정도 지도자의 성격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지시를 내리지만 제대로 따르는 아이는 없었다. 애초에 아이들은 섬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또 여태 무언가를 책임지고 해본 적이 없었기에 맡은 임무를 다하지 않았다. 이 섬에서 탈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믿는 봉화의 연기를 계속 유지 시키지 못하고, 볼일을 아무데서나 보거나 비를 피할 움막도 나이 많은 치들이 몇 명 엉성하게 만들 뿐이다. 그 중에서 랄프와 대립적인 성격을 보이던 잭은 결국 무리를 떠나서 대부분의 아이들을 돼지고기와 책임의 회피를 이용하여 데리고 떠난다. 그들은 성채바위에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가지게 되면서 더욱 무정부 상태가 된다.

무정부 상태가 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었을 때를 보여주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가 참 많다. 특히 사회적인 규제가 없어짐으로써 나타나는 인간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작품도 많다. 그것은 ‘짐승’이 숨어있다 믿는 작은 무인도만이 아니다. 공포의 대상으로 인해 해체되는 것은 요즘 자주 등장하는 좀비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정체도 알 수 없는 괴바이러스로 인간들이 죽고 다시 살아나 사람을 공격한다. 정부는 그것을 대처하지 못하고 인간의 대부분이 좀비가 되어버린다. 좀비나 <파리대왕>의 ‘짐승’의 공포가 인간을 좀먹고 문명 세계의 사회적 관습이 무너지며, 인간 본성에 내재된 권력욕과 동물적인 야만성이 드러나며 무인도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지 20여년이 지난 후 개봉된 피터 브룩의 <파리대왕>은 2차 대전과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은연중에 깔아놓는다.

인간이 둘 이상 있다면 어쨌든 작은 사회가 생겨난다. 둘 사이에 약속이 생기게 될 것이고, 그것을 지키고 서로의 공존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문명화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30명 남짓의 소년들은 작은 섬에 떨어지게 된다. 자신들을 규범하던 ‘어른’도 없다. 또 자신들을 보호해주던 ‘부모’도 더 이상 없다. 자신들의 고삐가 풀어지자 소년들은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비단 소설의 핵심적인 인물인 잭의 도덕적 타락만을 볼 것이 아니다. 힘든 일은 하지 않고 수영을 하거나 모험을 하는 등 소년들은 매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 이기적인 행동들은 무인도에 갇히면서 돌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단지 사회 속에서 강요받던 도덕이 섬으로 장소가 옮겨지면서 없어진 것 뿐이다. 가장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쉽게 섬의 괴물인 ‘파리대왕’을 받아들인다. 이렇듯 <파리대왕>의 무인도는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이 생겨나는 공간이 아닌 해방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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