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9 04:10 (토)
[심층인터뷰]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김준식 감독 – 영화 속 '사랑'의 의미는?
[심층인터뷰]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김준식 감독 – 영화 속 '사랑'의 의미는?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9.10.07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견과 맞서는 영화”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는 비밀을 간직한 채, 파혼 후 소도시로 내려와 카페를 운영하는 해수(이영진)가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여고생 예진(윤혜리)을 만나 같은 공간,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서로의 온기만큼 따스해지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은 웰메이드 감성 드라마이다. 서초역 인근 카페에서 김준식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김준식 감독 / 사진 = 임태균 기자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김준식 감독 / 사진 = 임태균 기자

Q.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하지 못하고 남들의 시선에 의해 휘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 생각이 들었다. 혜수와 현우 사이의 대화에서 이런 느낌이 강했는데,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정의 혹은 의미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A. 사실 이 이야기를 해 주신 분이 처음이다. 첫 구절의 느낌이 제가 영화를 시작할 때의 본뜻(‘의도’를 순화하여 사용)에 해당한다. 그냥 저는 서른여섯으로 평범하게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살아왔고, 연애도 하고 그래서 결혼을 앞두게 된 사람이다. 조감독과 조수 생활을 함께했던 영화들은 액션영화가 많았다. <해어화>를 빼고는. 그 때문에 항상 멜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그 배고픔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지만 막상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래도 사랑을 이쯤 했으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좀 돌아보게 됐다. 지난 시간을 살폈을 때, 사랑이란 감정은 나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다른 감정들에 비해 좀 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런 상태에서 진심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냐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 때문에 이 작업은 나 자신의 물음을, 그 질문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또 다른 제가 물어볼 수 있는 작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준식을 향해 ‘네가 생각하는 진짜 사랑은 어떤 거야?’라고 정말 진심 어리게 물어봐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그 질문으로 시작을 하게 됐다.

영화를 만들고 난 후, 다시 사랑에 대한 정의에 대해 고민하자면 이 영화의 결론과 좀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의 감정을 바탕으로 사랑의 정의를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도 사랑의 정의 자체를 내릴 수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지금의 감정이 나의 마음을 앞선 것이 아니라 확답을 내릴 수 있을까?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지금은 최대한 솔직하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다.

Q. 조금은 정적인 영화인 것 같다. 그렇기에 가슴 속 화를 터트리는 장면 눈길이 오래 남았다. 약통을 내던지고, 또 그 약을 주워 담으며 속으로 분노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인간미 넘치는 장면이라 생각된다. 해당 장면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기 원했는지 궁금하다.

A. 그 약은 해수에게 삶과 동일한 것이라 생각된다. 자기 삶을 밖으로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해수에게 약을 던진다는 의미가 그러하다. 편집된 부분이 많지만 남성 호르몬 억제제와 여성 호르몬 생성제 중 하나라도 없으면 굉장히 불편해지는, 사소한 약통 하나 그 자체가 삶이기 때문이다.

약을 줍는 모습은 좀 멀리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으로서 해수가 약을 줍는 얼굴까지 스크린에 비추고 싶지 않았다. 약통을 던진 자체도 큰일이고. 한알 한알의 약들을 주워야 하는 것이 너무 비참한 일이다. 그걸 최대한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했다. 살아야 한다는 그 자체가 해수에게는 아픈 일이었다.

사실은 좀 욕심을 내자면 한알 한알 줍는 어떤 그 약에 대한 인서트라든지, 뭔가 이 의미를 좀 담고 싶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아픈 거였으니까. 장면 자체가 함유하고 있는 고통이 컸고 많이 테이크를 갈 수가 없었다. 어쨌든 선택을 그렇게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Q. 이영진 배우가 연기한 ‘해수’ 캐릭터는 영화의 주된 골자를 독립된 객체로서 제시하고 확장하는 역할이라 생각된다. 영화의 메시지를 투영하는 인물이기에 애정이 컸을 것 같은데, 해수의 캐릭터성을 보여주기 위해 구체적으로 초점을 맞춘 부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A. 영화를 시작할 때 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트렌스젠더에 대한 이미지 속에 투영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뭔가 어떤 톤을 쓰고, 남자 배우가 연기를 하고, 과도한 여성의 미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료조사를 위해 퀴어축제처럼 수면 위에 올라온 사람들을 만났을 때 너무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의도에 있어서 그 캐릭터는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약간은 수면 아래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스스로 고민하고 있는 지점들을 해수에게 투영했다.

그렇기에 이영진 배우의 입장에서는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이 해수라는 캐릭터를 시나리오의 인물로는 이해하겠는데, 이영진 배우의 성격이 그렇지 않고 때문에 서로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답답함이 있었다.

해수의 캐릭터 성을 보여주기 위한 어떤 지점은 해수의 성장을 다루고 싶다는 마음이다. 때문에 지금도 어려움이 있다. 자료조사 과정에서 만난 이들의 생각을 내가 여기 다 반영할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그들이 나누는 사랑이나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나 같은 감정이다. 감정에는 견해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온도, 마음이 통했던 건 다 똑같으니까. 어쨌든 그런 식의 이 모든 문항들을 해수 안에 다 담으려고 했던 것 같다.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김준식 감독 / 사진 = 임태균 기자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김준식 감독 / 사진 = 임태균 기자

Q. 해수의 스카프는 얼핏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 생각될 수 있어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린다.

A. 스카프 같은 경우 처음에는 너무 티가 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 사람의 비밀스러움에 대한 부분은 캐릭터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감추는 게 맞다. 그러나 막상 스카프를 노출했을 때, ‘아 이게 전혀 이상하지 않겠구나’ 싶은 마음이 컸다. 마지막의 이 수술 자국이 보이지 않는 것이 대단한 반전은 아니지만, ‘당연히 목에 흉터가 있으니까 저렇게 숨기는 거야’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카프는 해수의 개인적인 결핍이다. 물론 설명적이지만 목젖을 제거하면서 흉터가 남지 않는 수술은 굉장히 평이하게 존재하고, 그런 대사를 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감추고 싶었다.

장갑도 그렇고. 사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계속 있다. 디테일하진 않지만 약이 떨어지는 기간에는 목폴라 티가 올라가고, 약간의 피부 트러블을 표현하기도 했다. 고정관념을 깨보고 싶어서 고정관념을 담았던 것 같다. 우리 자체가 고정된 시선을 한 꺼풀 끼고 있는 거 아닐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한번 얘기하고 싶었다.

Q. 영화 촬영 현장에서 후일담으로 기억될 사건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학교에서 제작을 지원한 영화기 때문에 아직 배우는 학생들이 스텝으로 많이 참여했다. 10년 터울이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니 소통 하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27회차 동안 촬영했지만, 이해를 시키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진행됐다.

후일담으로는 홍콩프라이드영화제에서의 일이 인상 깊다. 영화제 GV를 마치고 가는 길에 한 성 소수자 커플을 만났는데 영화가 자신들의 상황과 똑같이 닮아있다고 말을 걸어왔다. 정말 낮은 가능성으로 비슷한 경우가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커플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Q. 영화 개봉이 얼마남지 않았다. 개봉을 앞둔 심정과, 공개될 수 있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A. 개봉을 앞둔 건 거의 미라클이다.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딱 이렇게 오기까지 3년이 걸렸는데, 처음에는 일단 장편을 완성해야지만 내가 영화를 그만둘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가 나오기도 전, 영화를 찍는 도중에도 또 찍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고민이 많았다.

개봉을 앞두니, 욕심이 생겨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첫 번째 질문과 같은 내용을 묻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나는 우리들이 사랑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사랑의 정의를 따르면서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정말 열심히 사랑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그런 얘기를 좀 하고 싶은 영화였다. 어떤 약간 대주제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진심이다.

앞으로도 계속 시간이 날 때마다 집필을 할 것 같다. 원래 멜로 영화를 마음먹고 처음 쓰려고 했던 건 알코올 중독에 걸린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였다. 중독센터에서 남녀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사랑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안 내린 상태에서 술에 대한 편견과 감정이 들어가니까 복잡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계절과 계절 사이를 준비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 이야기도 숙제처럼 남아있는 감정이기에, 어느 정도 써 놓은 상태에서 다듬고 있다.

Q. 끝으로 영화를 볼 관객들과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뉴스포인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계절과 계절 사이라는 제목처럼 계절이 지나가도 갑자기 추워지는 것에 따라서 몸이 감정에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행동하는 대로 감정이 변한단 의미다. 그런데 우리의 감정은 사실 이전 계절에 남아 정리가 아직 안 된 경우가 종종 있다. 그걸 사랑이라고 통칭했을 때, 그 사랑에 솔직하지 못하면 우리의 계절이 급변하여도 결국 사랑을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결국은 나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의미에서 계절과 계절 사이라는 제목으로 했던 것 같다. 사랑에 대한 고민이 많은 분들 혹은 앞으로 사랑을 해야 하는 분들, 하고 있는 분들, 하고 후회하는 분들까지 많은 관객들이 보면 좋은 영화라 생각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