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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석 칼럼] 영화 ‘light my fire’
[변종석 칼럼] 영화 ‘light my fire’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9.11.0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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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light my fire’ 이미지
영화 ‘light my fire’ 이미지

화가 잔뜩 난 남성이 위험하게 도로를 달린다. 남자는 저택같은 집에 도착하자 대상을 찾기 시작한다.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십대 후반의 남자를 발견하고, 남자는 바닥에 놓여있던 방망이를 주워든다. 그때, 집주인으로 보이는 남자와 큰 개를 끈 여자와 마주친다. 강인한 인상의 집주인은 남자에게 방망이를 내려놓게 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인즉슨 집주인의 아들이 남자의 딸에게 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집주인은 아들을 불러와 남자에게 아들을 때리라고 강요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분노도 잊은 채 어리둥절해진다.

밥 바리토 감독 영화 <Light My Fire>는 더 큰 폭력 앞에 작아지는 피해자의 상황을 닮은 단편 영화다. <Light My Fire>는 8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이 짧은 단편에서 초반 2분가량이 남자의 분노를 담아내고 있다. 딸이 딸의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점은 쉽사리 화가 가라앉지 않을 상황이다.

단단히 혼을 내놓으려던 남자의 생각은 딸의 남자친구 부모가 그를 압박하게 되면서 사라지게 된다. 그들은 그러한 상황을 듣자마자 사과를 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더 큰 폭력으로 남자를 압박한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커다란 개, 자신을 아들을 때리라는 요구, 그런 상황에 당황하는 남자. 어쩌면 그들의 빈곤 차이도 남자를 압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이다.

남자가 결국 주먹 하나를 날라지만, 오히려 집주인이 아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상황이 끝나고, 남자에게는 한 가지 일이 더 남아있었다. 바로 딸을 위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잘 풀리지 않는다. 남자는 딸이 고통받았던 것도 제대로 갚아주지 못했고, 오히려 피해자인 딸을 위로해야 하는 지저분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순간적인 남성적인 화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고, 딸을 위로해줄 방법도 없었다.

이러한 불편하고 현실적인 상황은 오히려 미국 영화의 마초적인 성향을 돌려 까는 뉘앙스도 풍긴다. 딸이 납치당하자 마약과 인신매매 조직을 박살내고, 차를 나무에 꽂아버리거나 70대 노인이 갱을 때려 부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보다 실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의 현실적인 모습이 안겨주는 절망감은 8분의 러닝타임 내내 지속되어 큰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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