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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영화 ‘삼촌’ 김형진 감독 – 영화 속 '계층'의 의미는?
[심층인터뷰] 영화 ‘삼촌’ 김형진 감독 – 영화 속 '계층'의 의미는?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9.11.28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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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외상으로 침대 밖을 벗어날 수 없는 19세 소녀 ‘잎새’의 삶은 식물 그 자체다. 하루하루를 지옥이란 일상 속에 살아가던 그녀의 집에 어느 날, 낯선 사내가 찾아온다. 자신을 삼촌이라 밝히는 그의 존재가 새로운 보호자일지, 또 다른 포식자인지 알 수 없는 ‘잎새’. 먹고 먹히는 생태계 속에서 식물과도 같은 존재인 잎새는 과연 침대 밖을 벗어날 수 있을까? 광화문의 한 프로젝트 공간에서 김형진 감독을 만나 영화 <삼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형진 감독 / 사진 = 임태균
김형진 감독 / 사진 = 임태균

Q. 인간의 사회적 계층을 나누는 근본적인 지표는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 생각됐다. 잎새를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과 변질된 사회복지 시스템을 살폈을 때 이런 느낌이 강했는데, 감독님에게 계층은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우리를 나눈다고 여기시는지 궁금하다.

A. 자본주의에서 현실적으로 우리를 나누는 것은 돈이다. 그것만큼 명확한 것은 없다. 그러나 좀 더 포괄적으로 들어가면 오히려 더 심플해진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길거리에서 쓰러졌을 때 노숙자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면 순식간에 강자와 약자는 뒤집힌다. 그건 일상에서 끊임없이 뒤바뀐다. 그렇기에 계속 강자가 되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것이다.

사실 인간 뿐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지금은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자연재해나 보다 우수한 생명체의 등장 등 어떠한 형태의 사건이 생겼을 때 인간도 금방 약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강자와 약자의 대비, 그리고 전복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다. 이건 선과 악이랑은 별개라고 생각했다. 선과 악은 인간만이 나눈 기준이며 동식물들에겐 선과 악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린이 잎새를 뜯어먹는다고 악하게 보는 사람이 있을까. 또 인간 세상에서도 선과 악의 개념은 모호할 때가 많다.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위해 만든 것이 도덕과 법일 뿐이다. 그런 모호한 개념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좀 더 명확하고 직관적인 상징들로 단순하게 접근하고 싶었다.

Q. 확실히 직유적인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동물의 왕국(?) 느낌의 다큐 화면을 통해 직설적으로 야생 동물들의 먹이 사슬 형태를 제시하는 부분은, 소재가 영화의 주제를 앞지르지 않도록 조절하는 적절한 브레이크였다고 생각 된다. 해당 장면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기 원했는지 궁금하다.

A. 상징적인 장면은 그냥 상징적인 장면일 뿐이다. 내 자신이 답을 정하고 만들었지만 받아들이는 관객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시는 게 맞는 거 같다. 부모님이 자식을 낳을 때 이렇게 키울 거야 저렇게 자랐으면 좋겠어 하시지만, 간과하는 것은 자식은 생물이란 것이다. 어떻게 어떤 환경으로 자랄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도 생물처럼 관객을 만날 때 계속 변하고 자란다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한 것이 답을 정하고 만들었을 뿐이지 정답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린 한낱 인간이고 동물이고 생물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상징적 장면들의 기술적인 활용에서는 해석하신 바와 같다. 최소한의 설명과 정리, 단락을 맺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사실 그런 것도 다 드러내고 싶었지만, 그렇게 만들면 단순 폭력 복수극 정도로만 비춰질 수 있어 참았다.

Q. 영화 초반,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 / 주동인물)라 할 수 있는 잎새의 모습은 명확한 지향점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유령선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인물의 성숙을 그린 작품이라 생각됐다. 그러나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비극이 일어났다는 점과, 향유하는 세계가 명백한 고통으로 점철됐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성숙 플롯과는 확연하게 다른 부분이 두드러졌다. 비교되는 작품과 차이점을 두기 위해 연출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A. 비교되는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전혀 차이점을 염두해두고 만들진 않았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모든 주인공은 성장하고 변화한다. 저 개인적으로는 성숙과 성장의 의미보단 변화였던 것 같다.

“저지르자.” 익숙과 타협, 또는 그런 것이 일상이 되어 무뎌졌을 때... 내가 당하는 고통이 어느 순간 고통이 아니고 생활이 되었을 때... 일탈, 또는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 또는 스승을 만나거나 그런 것들이 패턴을 바꿔준다.

그것이 득이 될 지 실이 될지는 모른다.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가만히 있는 것보단 부딪치고 전복시키는 것이 주였다. 이 이야기가 성장이 주였다면... 영화의 미드포인트에서 그렇게 모든 것이 전복되어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영화로 만들지 않고 마지막 결말 까지 차례차례 천천히 하나하나 성숙되어 나가는 영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드포인트에서 이미 계층 하나를 밟고 일어서려는 진화 의지가 끝났다고 봤다. 그 이후는 영화적 해소일 뿐이었다. 잎새가 밖으로 나가는 한 걸음 역시 영화적 해소이고 관객을 위한 선물일 뿐이다. 앞으로 잎새가 여성 킬러가 될 지, 평범한 직장인이 될지, 정신병원에 갈지... 태어나게 한 부모 역할인 저도 엔딩 이후의 삶은 알 수 없다. 그건 이제부터 잎새가 그려야할... 아니면 잎새와 같은 입장에서 공감한 관객이 그려나갈 큰 그림이다.

김형진 감독 / 사진 = 임태균
김형진 감독 / 사진 = 임태균

Q. 영화 촬영 현장에서 후일담으로 기억될 사건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다른 것보단 사실 턱없는 예산 부족으로 세트에서 찍지 못하고 실제 집을 구해야 했던 어려움이 있었다. 정말 제일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다. 미장센을 강조하는 영화인만큼 생각했던 부분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점이 사실이다. 이 부분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지만 더 아쉬운 부분은 집 주인 분들이 6~70대 부부셨는데 분명 촬영 기간 동안 집을 비워주겠다고 돈을 지불하고 계약을 마친 이후에 갑자기 여러가지 어려움을 토로하시면서 집에 있으시겠다고 하시는 점이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수십명의 낯선 사람들이 내 집을 들락거리는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 입장에선 촬영 내내 눈치 보느라 죽는 줄 알았다. ‘냉장고는 왜 이렇게 해 놨냐’ ‘의자는’ ‘여기 스크래치가’ 등등 아주 난감한 상황이 많아 조감독과 피디님이 매일 어머니 달래느라 힘들었을 거다.

그렇게 저흰 어머니 아버지가 방 안에 있는 상황에서 겁탈, 신음 소리, 액션씬 등 지지고 볶고 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가관이었던 것 같다.

Q. 영화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개봉을 앞둔 심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말씀 부탁드린다. 또 영화를 볼 관객들과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뉴스포인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독립영화 90프로가 개봉을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어 더욱 감회가 새롭긴 하지만 겨울왕국을 비롯한 큰 영화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개봉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바꼭질하듯 극장을 찾아오시는 관객 분들에겐 정말 영광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저 역시 상업 영화를 준비 중이지만, 잘 진행되어 개봉시기가 온다면 적당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

그것은 꼭 상업 영화를 국한지어 드리는 말씀은 아니고, 독립 예술 영화만이라도 지킬 수 있는 컨트롤 타워는 꼭 필요할 것 같다. 그들의 리그는 자본 위주의 싸움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에 상업 논리로만 사장되기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와 목소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영화를 찾아와주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요즘 한국의 독립예술영화 톤앤매너가 잔잔한 드라마 형식의 트루기에 사회 비판을 녹여내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고, 또한 잘 되고 있다. 조금은 다른 톤앤매너를 보시고 싶은 관객 분들에게 추천 드리고 싶다. 독립영화에서나 시도해 볼 수 있는 전위적 도전도 가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삐죽 튀어나온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독립영화만의 치기로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동식물들을 상징해서 성장시킨만큼 조금은 본능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인간만이 갖는 이성과 논리로 접근하면 답답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을 수도 있다. 좀 더 동식물들의 본능적 입장에서 보셔도 좋고, 다 내려놓고 상징성조차 모두 드러낸 채 미스테리 스릴러, 여성 복수극의 장르 영화로만 즐기셔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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