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영화 ‘영화로운 나날’ 이상덕 감독 – 일상과 판타지의 경계에 선 ‘영화’의 기묘한 하루
[심층인터뷰] 영화 ‘영화로운 나날’ 이상덕 감독 – 일상과 판타지의 경계에 선 ‘영화’의 기묘한 하루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9.12.11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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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로운 나날’은 보통의 ‘영화’가 특별한 ‘아현’을 떠난 날, 우연하고 기묘하게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며 펼쳐지는 어쩐지 마법 같은 어드벤처 로맨스 FILM이다. 조현철, 김아현, 전석호, 서영화, 이태경 배우의 출연과 지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 ∙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화제가 됐으며, 서울독립영화제 2019 특별초청부문 장편 상영작으로 주목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의 스튜디오 공간에서 이상덕 감독을 만나 영화 ‘영화로운 나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 이상덕 감독 / 사진 = 임태균
영화 ‘영화로운 나날’ 이상덕 감독 / 사진 = 임태균

Q. 영화 ‘영화로운 나날’은 일상과 판타지의 경계에서 주인공 ‘영화’가 기묘한 하루를 보내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영화라 생각됐다. 장면의 구성은 ‘영화’의 행동을 통해 구성되지만, 전달되는 감성은 내적 변화에 초점이 놓여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 생각됐다. 영화를 연출하는데 있어 주된 골자가 되는 것들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떤 것이라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A. 영화 ‘영화로운 나날’은 맨 처음 썼던 장편 시나리오에서 전작이었던 ‘여자들’에 이어 나눠진 두 번째 영화다. 그 장편 시나리오를 시작할 때, 명쾌하고 명확하게 한 줄로 정리됐던 것들이 있었다. 고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인물의 어떤 모험? 그러니까 ‘걸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면서, 시간을 써가면서, 그 일상에서 어떤 한순간에 자기 자신의 어떤 삶을 한 번 더 되돌아보는 그런 어떤 순간들을 맞이한다.’ 이런 정도의 얘기로 구성됐다. 때문에 전작 ‘여자들’도 감정적인 어떤 선은 좀 다르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영화로운 나날’의 경우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클리셰라고 말하는 것들이 진리까진 아니더라도 영화 안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고전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지금에 와서 보편적이라는 단어와 함께 부정적으로 쓰이는 건, 다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영화 ‘영화로운 나날’은 이런 고전적인 형태 속에서도 상황을 비틀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약간 판타지적인 요소들이나 조현철 배우라는 어떤 인물이 만들어낸 매력으로 나타난 것 같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에서는 나름대로 도식표를 만드는 것에 공을 많이 들였었다. 전작 ‘여자들’의 경우 한 달에 한 편씩 찍었던 것을 비롯해 제작적인 방식이 좀 특이했기 때문에 영화의 특색이 생겼는데, ‘영화로운 나날’의 경우 한 번에 쭉 촬영된 영화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잘 짜인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우들을 만나면서 그런 짜인 형식보다 인물들이 느낀 감정이 더 중요하겠구나 깨닫는 점이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감정적인 부분을 보다 신경 썼다.

결국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돌아봤으면 좋겠고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

Q. 영화의 장르를 ‘어드벤처 로맨스 FILM’으로 대표한 것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A. 어드벤처 로맨스 FILM은 영어 제목 ‘Film Adventure’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영화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크게 2가지다. ‘영화’라는 인물의 이름이기도 하고 말 그대로 영화라는 매체를 뜻하기도 하는데, 앞서 말했던 도식표에서는 영화에 대한 구조를 제 나름대로 정했다면 나중에 이 영화는 그냥 오로지 인물 ‘영화’로 조금 돌아갔던 느낌이 있다. 2가지 의미가 계속 같이 갔다.

그래서 영어 제목 ‘Film Adventure’는 편하게 지었다. 영어 제목을 지은 후 장르를 정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엄밀히 말하면 장르는 한쪽으로 좀 치우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저희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했고, 영화의 이야기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했다. 새로운 시도를 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드벤처 로맨스 FILM은 마케팅 팀과 배급사에서 나왔다. 듣자마자 마음에 들어 영화를 대표하는 수식구로 소개했다. 영화가 의미하는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영화는 어드벤처이기도 하고 로맨스이기도 한 것이고, 그렇기에 어드벤처 로맨스 FILM이 영화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Q. 직접적인 표현이 많은 영화라 생각됐다. 특히 ‘영화’와 ‘아현’의 다툼이 이뤄지는 장면에서 핸드헬드 (handheld) 방식으로 촬영한 부분이 이런 느낌이 강했는데, 감독님께서 관객들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점에 있어 중점을 맞춘 부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A. 조현철 배우와 시나리오를 보면서 얘기했을 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묻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에 시퀀스로 나누자면 ‘영화’와 ‘아현’이 싸우는 장면과 마지막에 돌아가는 장면이지 않을까? 하는 대답으로 모아졌다. 또 거의 모든 컷에 ‘영화’가 등장하기 때문에 제작진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판타지 같은 일상을 보내는 ‘영화’가 관객분들이 어떻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느냐? 였던 것 같다.

처음 말했던 부분과 연관될 수 있겠는데, 여러 고민을 하다가 나온 결론은 가장 고전적이고 가장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싸우는 장면의 경우 ‘영화’라는 인물과 ‘아현’이란 인물을 직접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카메라 무빙과 조명을 생각하고 사용했다. 또 뛰어서 돌아가는 장면의 경우 편지를 쓰는 장면과 교차가 된다면 감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영화’라는 인물에게 다가갈 수 있게 거리감을 좁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표현했다.

Q. 영화 ‘영화로운 나날’에서는 영화를 비롯한 문화에 대한 생각 차이를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두 주인공이 문화로서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를 나타내는 장면이라 생각됐다. ‘영화’와 ‘아현’이 바라보는 영화는 어떻게 다르고,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이러한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A. ‘영화’의 직업은 배우고 ‘아현’의 직업은 과학선생이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취향은 반대인 거 같다. ‘영화’는 지금 그 안에서 스스로 표현하기에 현실적이고 되게 이성적인 것을 원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아현’은 조금 더 뭔가 판타지고 그런 것들을 원한다. 모든 사람을 이렇게 극명하게 나누긴 힘들겠지만 다양한 어떤 시선들을 계속 상충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에는 나의 고민일 수도 있겠다. 영화 안에서의 ‘영화’의 그리고 ‘아현’의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 아까 말했던 도식표에서는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났던 것 같다. ‘내가 바라보는 영화는 이런 거고, 이런 게 영화야’하고 이야기했던 지점들이 있는데 촬영을 준비하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이런 이야기가 희석됐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한마디로 말하기는 애매할 수도 있지만 취향론적 생각이 포함됐다는 것 정도로만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고 인물 ‘영화’에 대한 이야기인 것은 맞지만 시선이 느껴지는 어떤 관점들, 누나가 말하는 ‘길게 봐야돼’ 같은 중간중간 대사들은 그 영화가 그 정도 상태라고만 보는 걸로 바라보는 게 더 좋은 거 같다. 재미가 생길 순 있겠지만 너무 의미를 많이 부여해버리면 더 복잡해지는 영화라 생각했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촬영과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의미론적 부분과 떨어지려 노력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영화’라는 인물을 따라가자 이 인물이 느끼는 감정만 따라가 보자 약간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질문이 영화를 시작할 때 생각했던 본질적인 것들이어서 뜨끔했다. 시나리오 쓸 때는 그런 점들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정말 그냥 좋아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이런 방향이? 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그래서 ‘영화로운 나날’에서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최근에 영화를 다시 봤을 때는, 또 싸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좀 슬퍼졌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기분이 대변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약간 복잡한 기분이다. 조금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덜 외로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조현철 배우와 서영화 배우를 제외하면은 배우들의 이름과 영화에서의 등장인물로서의 이름이 동일하다.

A. 그 부분은 제작적인 측면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업영화처럼 제작 과정이 길거나 프리 단계를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배우들이 영화 속 캐릭터와 조금 더 거리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에 본인들의 이름이 쓰여있으면 조금 편하게 바라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애드립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나리오 속 대사와 지문을 자기 투로 바꿔야 되는데 그게 본인 이름이 있었을 때는 조금 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냥 나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배우들의 이름을 많이 사용했다.

영화 ‘영화로운 나날’ 이상덕 감독 / 사진 = 임태균
영화 ‘영화로운 나날’ 이상덕 감독 / 사진 = 임태균

Q. ‘영화’와 ‘아현’의 집이 인상 깊었다. 영화의 주된 톤과 잘 어울렸다. 해당 장소의 소개와 영화 촬영 현장에서 후일담으로 기억될 사건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A. ‘영화’와 ‘아현’의 집은 장소 대여 서비스를 통해 섭외했다. 처음에는 텅 빈 공간이었고, 미술 감독님과 논의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영화’ 보다는 ‘아현’의 취향이 드러나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점이었다. ‘거실에서 바라봤을 때 현관과 방이 함께 보였으면 좋겠다’ 등등 영화촬영을 위해 구조적으로 생각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구조를 찾기 위해선 옛날 집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생각했던 장소를 찾을 수 있었고 텅 빈 공간을 도배부터 소품까지 새롭게 구성했다.

예전부터 살았던 공간처럼 느껴진 것이 마음에 들었는데, 배우들이 직접 옷들을 챙겨온 점과 미술팀이 디테일을 살려 진행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워낙 빡빡하게 찍었기 때문에 테이크를 많이 가지는 못했다. 등장인물 중 ‘석호’가 놀이터에서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혼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마주보는 아파트 위에서 풀샷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촬영이라 생각하지 못한 주민들이 나와 멱살을 잡은 배우들을 말렸다. (웃음) 언성이 높아져서 정말로 싸우는 걸로 착각했던 경우였다.

Q. 영화에 흐름에 맞춰, 쨍하게 빛나기도 하고 잿빛으로 저미기도 하는 화면의 톤이 인상 깊었다. 후반 작업 과정에서 영화의 색감을 표현하는데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A. 일단,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후반 스텝을 꾸릴 때 영화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시작했다. 독립영화 시장이 조금 힘들다보니 서로서로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영화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작업을 하면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색보정을 비롯한 후반 작업 과정에서는 좀 묵직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영화’의 대사를 비롯해 어떻게 보면 좀 뜬구름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런 것들을 너무 예쁘고 화사하면 오히려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1차적으로 떠올리는 느낌보다 뭔가 반대되는 부분들을 보여줘야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말했듯 형태는 약간 클리셰일 수 있는데 상황은 그렇지 않은 영화의 특징을 표현할 수 있으면 했다. 그래서 애초에 문법을 완전 묵직하게 시작했고, 그 안에서 디테일들을 보면서 구성했던 거 같다. 집안 공간과 야외가 달랐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도 있었다.

결국엔 잘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들이 있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는 투 샷이 있었는데 찍는 동안 구름이 많아 해가 정말 왔다 갔다를 많이 했다. 예전 같았다면 큰 신경을 쓰지 못하고 찍었겠지만, 이번에는 기다리는 시간을 오래 가졌고 공을 들였다. 화면에서 정돈된 톤을 깨는 튀는 장면을 넣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Q. 영화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개봉을 앞둔 심정과, 공개할 수 있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또 영화를 볼 관객들과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뉴스포인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전작 ‘여자들’을 개봉할 때는 마냥 신났던 거 같다. 지금은 약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정말 좋았다가도 힘들기도 하고, 이제는 함께 개봉을 준비하는 분들의 얼굴을 보면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조금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 처음 한 이야기와 비슷하겠지만, 어떤 큰 메시지를 생각하고 영화를 관람하기보다 그냥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한 번쯤 생각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개봉관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죄송하다. 많은 관람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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