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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석 칼럼] 영화 ‘ABE’
[변종석 칼럼] 영화 ‘ABE’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9.12.24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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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BE’ 이미지
영화 ‘ABE’ 이미지

SF 호러 장르가 가지는 가장 뛰어난 효과는 생소함이 주는 공포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거나 생경한 존재를 마주했을 때, 공포심을 느낀다. 그것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에는 인간과 비슷한 AI 로봇이 만들어질 확률이 거의 앖다고 말한다. 하지만 만약에 그러한 AI가 생겨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보다 뛰어난 지성과 감정을 가진 존재는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이러한 공포를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로 많이 표현했다. 우연히 공정과정에서 이루어진 실수가 몇천, 몇만 분의 확률을 뚫고 생겨났다고 하자. 심지어 그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막막하다.

롭 맥렐란 감독의 <ABE>는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램된 로봇이 사랑받지 못했을 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담고 있다. 극은 온몸이 묶인 여성이 병원 의자에서 깨어나며 시작한다. 의자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단단히 묶였는지 풀리질 않는다. 그때 범인으로 보이는 자가 다가온다. 범인의 얼굴이 들어나자, 여자는 화담함과 공포로 얼어붙는다. 범인은 인간 형태의 로봇 휴머노이드였다. 휴머노이드는 친절하게 다가와 불편한 점은 없냐며 말을 걸기 시작한다. 로봇은 인간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자신이 가진 감정을 장황하게 풀어놓는다. 로봇은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지만, 사랑받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로봇은 인간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고치기로 했다고 말하며 커다란 톱으로 여자를 공격한다.

<ABE>의 공포는 일반적인 AI의 발아와는 다르다. ABE는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램되었지만, 인간에게 사랑받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인간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고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일종의 시스템적 결함이 불러들인 참상인 것이다. 이는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아이, 로봇>과 유사하다. 인간이라는 종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로봇이 인간을 통제하고, 필요하다면 불필요한 인간을 제거하려 드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기원을 다룬 <애니매트릭스>의 <두 번째 르네상스>에 등장했던 B1-66ER와도 비슷해보인다. 어쩌면 자신이 쓸모없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과 유사한 이러한 모습이 우리에게 공포를 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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