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ng Point] 윤가은 감독의 영화 ‘손님’
[Moving Point] 윤가은 감독의 영화 ‘손님’
  • 변종석 기자
  • 승인 2020.01.17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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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손님’ 포스터
영화 ‘손님’ 포스터

왜 어린아이의 시선은 신선하게 느껴질까. 재밌는 것은 우리도 어린 시절을 겪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아이의 시선은 늘 우리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그것은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존 보인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마크 허먼 감독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에서 독일군 장교의 아들 브루노는 나치 수용소의 유태인들의 옷을 보며 이곳 농부들은 줄무늬 옷을 입고 있다고 말한다. 무지 혹은 순수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죄수복을 ‘줄무늬 파자마’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가진 지식과 고정관념 때문에 떠올리기 힘든 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순수함은 어른들의 무자비함과 이기적인 모습을 극대화해준다. 남편의 외도는 흔하고 뻔하다. 아내가 남편의 내연녀를 찾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딸이 바람을 피우는 아버지를, 혹은 내연녀를 찾아가는 내용은 흥미가 돋기에 충분한 것이다.

영화 ‘손님’ 이미지
영화 ‘손님’ 이미지

<우리들>, <우리집>을 감독했던 윤가은 감독의 단편 영화 <손님>은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는 것에 분노하여 불륜녀의 집에 들이닥친 자경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자경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찾아갔지만, 불륜녀는 집에 없고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남매만이 있을 뿐이다. 자경은 엄마의 친구라며 불륜녀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잔뜩 화를 내는 자경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오빠 나루는 빨래를 걷고, 여동생 기림은 혼자서 놀기 시작한다. 자경의 분노는 어디 향할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불륜녀가 도착하기 전에 집을 나선다.

어린 여동생은 자경의 아빠를 아빠라고 부른다. 자경이 아빠가 뭘 하느냐는 말에도 기림이 대답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친부의 행적은 불분명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불륜녀의 가족이 힘들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을 두고 오랫동안 밖에서 일하는 엄마, 혼자 노는 것이 자연스러운 딸, 알아서 집안일을 돕고 있는 큰아들. 자경은 이러한 상황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보통은 아름다운 여성에게 홀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이라곤 하지 않고 유부남을 꼬신 여자로 말이다. 하지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가족을 만나버린 것이다. 곳곳에 남아 있는 아빠의 흔적에 화가 나지만, 결국 집을 나서고 만다.

<손님>의 처음은 ‘손님’이라기보다 ‘침입자’가 맞을 것이다. 갑자기 들이닥쳐 분노를 뿜어내는 소녀,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어린 남매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결국 ‘손님’처럼 왔다가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아이들의 미묘한 감정을 윤가은 감독은 자연스레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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