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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석 칼럼] 영화 ‘진주머리방’
[변종석 칼럼] 영화 ‘진주머리방’
  • 변종석 기자
  • 승인 2020.01.2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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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진주머리방’ 이미지
영화 ‘진주머리방’ 이미지

한때 풍미를 장식하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사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바뀌지 않는 유일한 것은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헌 건물이 무너지고 새 건물이 들어선다. 낡은 가게를 새로 단장하고, 먼 이국의 음식점이 들어선다. 남아 있는 것들이라곤 오랜 세월 살아남은 고목, 보존해야 할 문화제나 고성 등일 것이다. 남겨야 하는 대상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쩌면 시간이 지나서 동대문도 없어질지 모른다. 산의 위치도, 강줄기의 흐름도 바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미용실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강유가람 감독의 단편 영화 <진주머리방>은 낡은 미용실의 모습을 짧게 비춘다. 다른 동네로 이사간 사람도 찾아오던 ‘진주머리방’은 앞으로 젊은 사람에게 가게가 인수될 예정으로 보인다. 미용실의 주인 영미는 그런 그들이 껄끄럽다. 미래의 주인들이 떠나고, 영미가 창을 닦는 모습을 줌아웃하며 끝이 난다.

강유가람 감독은 <진주머리방>의 연출의도로 ‘오래된 공간에 불어온 바람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용실은 실제로 마포구에 위치한 미용실에서 촬영되었다. 홍대 등으로 유명한 이 동네는 천정부지 오르는 월세로 가게를 접는 상인들이 늘어났다. 문제는 가격을 올려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은 동네라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당히 많은 곳에서 일어난다. 대학로는 연극인들이 키운 동네라고 볼 수 있다. 작은 소극장들이 무수히 존재하며 연극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문제는 좋은 상권이 발달하면서 집세가 오르는 것이다. 가난한 연극인들이 공연할 소극장들을 잃었다. 그나마 인기를 끄는 몇몇 연극이나 뮤지컬만 살아남아 바뀌는 것 하나 없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도전이 힘들어진 것이다.

어찌보면 <진주머리방>의 젊은 남자도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게 되는 사람들이다. 동네 사람들의 모임 공간이었고, 누군가의 평생 꿈을 펼쳤던 공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극의 마지막에 가게를 보여주던 모습은 가게만 비추고 끝이 난다. 만약 좀더 카메라가 멀어졌다면, 주위에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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