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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Point] 오미영 감독의 ‘무덤지기’
[Moving Point] 오미영 감독의 ‘무덤지기’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8.03.28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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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인도하는데 필요한 것들
영화 ‘무덤지기’ 이미지
영화 ‘무덤지기’ 이미지

[NewsPoint = 변종석 기자] 우리는 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휴대폰을 통해서 SNS나 메신저, 혹은 전화를 하기도 한다. 편의점에서 음료를 살 때도 있으며, 음식점이나 학교, 회사에서 무수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서 ‘나’와 ‘너’의 교류가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오민영 감독의 애니메이션 <무덤지기>는 고립되어 홀로 살아가는 무덤지기를 보여주며 소통의 의미를 찾는다. 마을의 무덤지기인 여자는 홀로 무덤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마을에서 누군가 죽었을 때 종이 울릴 때 여자는 일을 시작한다.

죽은 이를 위한 무덤을 준비하고 저녁이 되자 제사를 지낸다. 무덤지기는 향을 피워 죽은 이의 영혼을 가면을 쓴 인도자에게 인도한다. 죽음의 인도자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해금소리만이 그녀에게 위안을 준다.

죽음과 맞다아 살아가며 고립된 그녀에게 마을의 축제 중 터지는 폭죽소리는 그저 잠을 방해하는 소음일 뿐이었다. 어느 날 다시 여자는 무덤을 준비한다. 그러던 중 시체인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 ‘무덤지기’ 이미지
영화 ‘무덤지기’ 이미지

무덤지기는 남자를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보살핀다. 모두가 잠들고 인도자의 구슬픈 해금소리가 울린다. 여자는 남자 몰래 하얀 예복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 영혼을 인도한다. 해금 소리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문을 열어보고, 인도자에게 영혼을 안내하는 여자의 모습에 놀라 도망치게 된다.

남자가 도망치자 크게 슬퍼하던 여자는, 늘 자신을 보듬어 주던 해금소리에 일어난다. 하얀 예복을 가지런히 정리한 후, 인도자를 맞이한다. 여자는 저승과 이승을 연결 짓는 문을 지나 인도자와 마주선다. 늘 쓰고 있던 가면을 벗게 하고 서로를 바라보던 둘은 천천히 사라진다.

인도자는 해금을 연주한다. 영혼을 인도하는 데 과연 아름다운 연주가 필요할까?

영화 ‘무덤지기’ 이미지
영화 ‘무덤지기’ 이미지

연주는 당연히 무덤지기를 위한 것이다. 늘 홀로 죽은 이들을 배웅하는 무덤지기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우리는 미지의 존재에 대해 다소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미지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은 늘 아이들이었다. 우리는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겁이 늘어가며, 죽음이라는 미지의 존재를 피하게 된다. 무덤지기는 그런 미지의 존재를 대면하는 자이다. 죽은 줄 알았던 남자를 기껏 살려 놓았더니, 바로 두려움 때문에 도망가고 만다.

결국 무덤지기는 늘 자신의 곁에 머물러 주었던 인도자에게 가고 만다. 무덤지기는 수의를 벗어 놓는다. 그것은 무덤지기가 아닌 다른 존재로써 인도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야한다는 점에서 소통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우리의 마음이 상대에게 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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