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5-31 18:50 (일)
[Moving Point] 카일렙 레초스키 감독의 영화 ‘R`ha’
[Moving Point] 카일렙 레초스키 감독의 영화 ‘R`ha’
  • 변종석 기자
  • 승인 2020.05.04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R`ha’ 이미지
영화 ‘R`ha’ 이미지

우리 문명에는 수많은 신화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부터 시작해서 기독교나 이슬람, 천주교 등의 유대교 계열의 종교, 온갖 것이 신인 일본의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 켈트 신화, 사후 세계에 대한 믿음이 강한 이집트 신화, 수메르 신화, 페르시아 신화, 중국의 봉신연의, 인도의 브라민교나 힌두교 등등 세기도 힘든 신화가 문명이 형성된 세력권에서는 늘 존재했다. 몇몇을 제외한 신화들은 일종의 문학이나 예술로써 취급받거나 재구성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마블사의 토르나 오딘, DC의 아쿠아맨이나 아레스 등등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신들을 캐릭터로 만들어 사용한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갓 오브 이집트>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풀어낸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타이탄> 등등 훌륭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카일렙 레초스키 감독 영화 <R`ha>는 자신들이 만든 기계에게 역습당하여 패배한 외계 종족은 우주로 피난을 떠난다. 피난선을 호위하던 외계인 병사는 기계에게 잡혀 무자비하고 끔찍한 고문을 당한다. 기계의 목적은 그가 가진 생존자에 대한 정보다. 기계는 고문 도중 비행선을 통해 목적지를 파악했다며 병사를 죽이려고 한다. 다행히도 병사는 포박을 풀고 로봇을 제압한 뒤, 비행선을 타고 도망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계의 계략이었고, 비행선에 설치된 추저기를 쫓아 병사를 보낸다.

<R`ha>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인간은 전혀 등장하지 않은 채 외계 문명과 기계의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끌어온다. 그리고 자신들의 행성을 탈출한 그들이 훗날 지구의 이집트 문명의 시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여지를 남긴다. 이집트의 태양신 라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점과 외계인이 입고 있던 전투복의 모양새는 이집트 신화에서 본 그것과 닮아 있다.

6분 26초라는 짧은 러닝타임에서 몇 가지 소품과 제목으로 이집트 신화와 연결시켜버리는 것이다. 단지 일종의 프로토콜처럼 포로를 다루는 기계의 모습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냥 넘어갈지도 모르지만,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나중에 풀어줄 계락을 바로 알아챌 수 있다. 그 부분만 조금 보이지 않게 연출했다면 더 긴장감을 유지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