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5 10:00 (토)
[독일영화 톺아보기] ‘Der Hauptmann’ : 가해자 시점에서의 전쟁
[독일영화 톺아보기] ‘Der Hauptmann’ : 가해자 시점에서의 전쟁
  • 이진영 기자
  • 승인 2018.03.31 2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전 2주 전, 거친 현실세계 이야기'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NewsPoint = 이진영 기자] 영화 <Der Hauptmann>의 줄거리는 간결하다.

1945년 4월, 독일 북서부 전선에서의 일이다. 규율이 해이한 군인들이 나치 군복을 입은 한 청년 (빌리 해롤드) 을 장난삼아 괴롭혔다.

해롤드는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고, 이후 버려진 차 안에서 대위 계급장이 달린 말끔한 군복을 발견한다. 해롤드는 이 주인 없는 군복에 관심을 갖고 대위에 걸맞을만한 행동을 몇 가지 연습해보기 시작한다.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그러던 도중 우연히 만난 프라이탁이라는 병장에게 대위 행세를 한다. 해롤드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프라이탁은 이후 그의 운전기사가 된다.

대위 행세에 성공한 해롤드는 자신감 넘치는 처신은 물론 운이 따라준 덕분에 점점 더 많은 패잔병들을 소집할 수 있었다. 해롤드는 이들을 모아 배후 지역에서 총통의 계엄령을 위임 받고 대표하는 ‘해롤드 기동부대’ 라는 새로운 부대를 창설 한다.

해롤드 기동부대가 우연히 정치범 수용소에 이르자 종전을 간절히 소망하는 탈영병들은 수용소의 죄수들을 일주일동안 제멋대로 학살하기 시작한다. 연합군의 공습으로 수용소가 파괴되자 피에 굶주린 해롤드 기동부대원들은 사냥감을 찾아서 독일 북부 지방을 행군한다.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독일 헌병 부대가 진압한 이후 이들의 만행은 비로소 끝이 난다. 그러나 나치 군사 법원 측은 해롤드의 실용주의를 굉장히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미결인 채로 남았다.

영화 <Der Hauptmann>는 최근 10여년 동안 헐리우드에서 영화 두 편(Flightplan – Ohne jede Spur, R.E.D. – Älter, Härter, Besser)을 발표한 로베르트 슈벤트케 감독의 독일 복귀작이다. 정치범 수용서를 학살한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나치독일 당시의 가해자 시점에서 만들어진 몇 안 되는 독일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독일의 영화등급 자율심의를 담당하는 FSK는 영화 <Der Hauptmann>의 등급을 만 16세 이상 관람가로 분류하며 “이 영화는 감정적으로 강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잔인한 전쟁 범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가해자는 가학적인 행동에 대한 큰 저항을 가지지 않는다. 영상은 잔인하지만 흑백화면을 통해 심리적인 거리를 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발달 상태를 고려했을 때 만 16세 이상의 청소년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사건을 분류하고 적절한 감정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영화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평가일 것이다.

독일의 영화전문지 'Film Dienst'의 울리히 크리스트(Ulrich Kriest)는 “슈벤트케 감독은 범죄자 시점에서 진행되는 ‘Der Hauptmann’ 에서 동기부여조차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는데다 신원도 거의 밝혀지지 않은 주인공의 사각지대에서 작업한다”고 밝힌 후 “감독은 이러한 살인마의 쾨페니키아데가 파시즘적 심리에서 보편적인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저명한 사회학자인 한나 아렌트의 발언(“우리가 누군가 ‘권력을 가졌다’ 고 말할 때에는 사실상 그 사람을 대신해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을 예시로 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쾨페니키아데는 ‘사칭 사기’를 뜻하며 구체적으로는 ‘직권을 남용해서 상대방을 복종하게 하는 사기 행위’라 할 수 있다.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영화 ‘Der Hauptmann’ 이미지

그는 해당 텍스트에 대해 “하지만 과연 빌리 해롤드의 경우가 이처럼 복합적인 주제를 예시하기에 적합한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고 밝히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념과 공백을 규정짓는 것과 빌리 헤롤드가 대위로 변모하는 흥미로운 순간과 대위로 거듭나길 원하는 욕망을 온존시키는 것과 대위라는 존재가 실제로는 제3자의 살해욕을 위해 부당하게 이용당하는 장면을 서술하는 것을 시도한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너무나도 어린 청년이었던 빌리 해롤드는 자신의 새로운 역할에 걸맞게 행동하기 위해 계속해서 더 배워나갔어야만 했다"고 설명하며 "자신의 권위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스스로를 죽여야 했고, 이후에 그는 살인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리는 타인의 권력이자 곧 자신의 권력이기도 한 것을 지키기 위해 늘상 주변을 경계해야만 했다. 보이지도 않고 설명할 수도 없는 경계선이 침범되는 경우에 빌리의 권력은 부대원들에게 급격히 이양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강압적인 집단행동에서 붕괴되어가는 간부 계급의 그림자는 오히려 간부의 권한과 책임을 상당히 완화시킨다"고 해석하며 "정형화된 흑백 대조 기법은 영화의 연출을 인상적으로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울리히 크리스트(Ulrich Kriest)는 이 영화를 "분명 반전영화는 아니다"고 정의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고의적인 공백 때문에 인간의 밑바닥을 관찰하는 영화도 아니며, 토마스 홉스의 ‘만인은 서로에게 늑대나 다름없는 존재’ 라는 명제를 성찰하는 영화는 더더욱이 아니다. 만약 종국에 저 대위 군복을 입은 흉내쟁이가 오늘날의 괴릿츠 시에서 행진하거나 가장무도회의 행인 따위를 선동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틀림없이 영화를 훼손하는 질 낮은 농지거리에 불과할 것이다"고 덧붙이며 "카니발 적인 그 무언가. 히에로니무스 보스, 프랑수아 라블레, 프란시스코 고야, 혹은 사드 후작에서부터 리얼리티 TV 쇼 ‘그가 돌아왔다’ 의 정신에서 비롯된 바로 그것이야말로 빌리 해롤드의 이야기를 특징짓는 것이다"고 결론지었다. 

아쉬운 점은 꼽자면 마지막 15분일 것이다. 결말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장면을 말할 수는 없으나 영화는 균형을 잃고 산만해진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결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지금까지 영화가 가졌던 힘은 분산되고, 흐지부지 끝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