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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완급조절이 핵심, '악의 꽃' 김기무의 악역은 다르다
[인터뷰] 완급조절이 핵심, '악의 꽃' 김기무의 악역은 다르다
  • 심현영 기자
  • 승인 2020.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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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기무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기무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포인트 심현영 기자] 배우 김기무가 ‘결이 다른’ 악역 연기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23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은 악인들의 열전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극의 서스펜스를 극대화했다.

그중 김기무가 맡은 염상철 역은 돈 되는 일이면 물불 안 가리는 인신매매범인 동시에 스토리의 판도를 뒤집는 인물이다.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염상철은 결국 돈 때문에 몰락하고 죽음에 이른다. 특히 돈 냄새를 맡다가 사망하는 파격적인 장면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이에 김기무는 배역을 재해석해 상투적인 악역에서 탈피하고 ‘뻔하지 않은’ 악인 염상철에 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칫 과하게 자극적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적절한 톤으로 구현했다는 것. 적당히 힘 뺀 연기에 오히려 담백한 감칠맛이 우러난다.

김기무의 군더더기 없는 캐릭터 소화력은 극중 서사의 이해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염상철이라는 인물에 눈길이 머물게 했다. 신스틸러를 넘어 심(心)스틸러로 우뚝 선 배우 김기무를 뉴스포인트가 만났다.

 

배우 김기무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기무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후너스엔터테인먼트 역삼동 신사옥에서 만난 김기무의 첫인상은 화면 속 강한 이미지와 달리 서글서글한 '귀염상'에 가까웠다. 김기무에게 악의 꽃 시청자분들께 한마디를 부탁하자 김기무는 “염상철이 마스크만 썼어도 안 죽었어요. 마스크를 꼭 써야 합니다”라며 재치있게 답했다.

통상적인 악역과 달리 이유 모르게 정감이 가는데, 의도한 방향이냐는 질문에 김기무는 ‘염블리’ 같냐며 웃었다. 일부 팬분들이 불러주는 애칭이라고. 

그는 “뻔하지 않은 악역을 보여드리려고 부단히 노력했죠. 그래서 오히려 힘을 빼고 소프트하게 표현해 봤는데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나름의 승부수였죠”라고 했다. 염블리 애칭에 대해선 “사실 실제로도 귀염상이라는 소리를 종종 듣기는 해요. 이제야 알아봐 주시는 게 아닌가 싶고요. 감사하죠. 보기보다 여리고 낯도 많이 가려요”라며 웃었다.

악의 꽃 촬영장 분위기를 묻자 이준기 배우의 미담을 전했다. “이준기 배우와는 첫 호흡인데 정말 많이 놀랐어요. ‘해피바이러스’, ‘인간 비타민’의 표본이에요. 단 1초도 상대가 불편해하는 걸 못 견디는 친구예요. 촬영 내내 모든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해요. 함께 연기하는 연기자들은 물론이고 막내 스태프까지 일일이 다 챙기면서 본인은 혹사하더라고요. 외모, 연기, 인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이 배울 점이 무척 많은 배우예요.”

 

(사진=tvN '악의 꽃' 스틸컷)
(사진=tvN '악의 꽃' 스틸컷)
(사진=tvN '악의 꽃' 스틸컷)
(사진=tvN '악의 꽃' 스틸컷)

현실감 있는 연기를 위한 노하우도 공개했다. “작품 하나에 다수 연기자가 수많은 신을 촬영해요. 제 차례가 오면 빨리 오케이 사인을 받아야 다음 신을 촬영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제한된 시간에 만족스러운 장면을 만들려고 최대한 준비에 힘써요. 일단 아침 촬영이면 아예 잠을 안 자고 가요. 밤새 연습하고 역할 몰입이 생생할 때 촬영에 들어가야 만족스러운 연기가 나와요. 최대한 리듬감을 기억하려고 직전까지 준비하는 게 철칙이죠.”

김기무는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경찰을 따돌리고 도주 후 길바닥에 주저앉아 백희성(김지훈 분)의 사진을 보며 재기를 꿈꾸는 신을 꼽았다. 그 장면을 위해 회차마다 점진적으로 피폐해지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점차 흐트러지는 헤어스타일부터 하나하나 디테일을 챙긴 덕분에 반전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사진=tvN '악의 꽃' 스틸컷)
(사진=tvN '악의 꽃' 스틸컷)

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이 장면을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부러 머리를 기르고 회차마다 조금씩 스타일을 바꿨죠. 스프레이를 뿌려 단단하게 고정했다가 왁스만 발라 헝클어뜨리고 종국에는 감지도 못해 떡 진 머리가 돼요. 점점 몰락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거죠. 근데 결과적으로 이 장면에서 ‘과유불급’을 배웠어요. 긴장한 상태로 방송 모니터링을 해보니까 바스트숏을 안 쓰셨더라고요. 제가 과했던 거죠. (웃음) 감정 전달보다 내용 전개의 비중이 높은 장면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아직도 배울 게 산더미예요”라고 했다.

운동선수 출신인 김기무는 쉽게 좌절하거나 실망하는 법이 없다. 긍정적인 생각과 마인드컨트롤에는 인이 뱄다. 그는 중앙고·고려대를 거쳐 한화이글스에 입단, 엘리트코스를 밟은 프로야구선수 출신이다. 하지만 서른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돌연 야구를 그만두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스물아홉에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했다. 영화계에 종사하신 아버지를 포함해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만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운동선수 시절과 비교해 연기자 생활은 어떤지 묻자 그는 “제가 승부욕이 없어요. 운동선수로는 치명적이죠. 9회말 2아웃 상황이라든가 승패를 가름하는 시점에 마운드에 서면 ‘내가 무슨 죽을죄를 지어서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는 달라요. 진짜 저한테 맞는 옷을 찾은 기분이에요. 힘든 점도 있죠. 처음 연극으로 시작할 때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어요. 벌이가 없으니까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죠.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하니까 일을 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다 즐겁고 좋아요. 즐기면서 해요”라고 했다.

 

배우 김기무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기무 (사진=후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늦은 출발이지만 김기무는 배우로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지난 2008 연극 ‘눈섬의 노래’로 데뷔한 뒤 2014년에는 연극 ‘나우 고골리’로 서울연극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자폐증을 가진 40대 공무원역을 소화한 김기무는 업계에 눈도장을 찍고 브라운관에도 진출했다. 첫 작품은 tvN드라마 ‘삼총사’다. 이후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이름조차 없는 특수강간범에 분했다. ‘스토브리그’에서는 스카우트팀 차장 장우석 역을 맡아 열연했다.

주로 악역을 맡은 작품이 흥행하면서 얼굴이 알려지자 일상에서 겪는 에피소드도 많다고. “제가 연년생 딸 둘을 키우는 아빠예요. 큰애가 다섯 살인데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해요. 난감하죠. 애들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니까요. 어린이집에 등·하원도 주로 제가 하는데 일단 선생님들이 처음 보고는 좀 무서워하세요. (웃음)”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에 대한 질문에 그는 “확실하게 찌질한 ‘루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실제로도 제가 내성적이고 여린 편이거든요. 초면에 낯을 많이 가리는데 다들 의아해하죠. 본래 성격을 살려서 연기하면 루저 역할은 거뜬하겠다 싶어요. 사실 본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죠”라며 웃었다.

인생 목표를 묻자 그는 ‘최고령 배우’라고 했다. “제 인생 목표는 하나예요. 나이가 가장 많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건강해서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선의를 베풀 줄 알고 건전해야죠.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여야 하고요. 건강·건전·선의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 가능한 일이에요. 이순재 선생님처럼 오래오래 연기하면서 한결같이 사랑받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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