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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악질경찰, 우리의 가슴 속에는 스스로 알지 못하는 면이 있다
[톺아보기] 악질경찰, 우리의 가슴 속에는 스스로 알지 못하는 면이 있다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9.03.14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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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질경찰>의 주된 이야기는 간결하다. 안산단원경찰서의 조필호 형사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뒷돈을 챙기는 전형적인 악질경찰이다. 그의 범행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눈에 뻔히 보이는 범죄를 외면하고 때때로 범죄를 사주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존감을 지키지 못한 이의 변질된 정의가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지 그려낸다. 

급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조필호는 경찰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우고, 그에게 등 떠밀려 창고에 들어간 한기철은 의문의 폭발사고로 죽게 된다. 용의자로 몰린 조필호는 폭발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를 만나게 되고, 스스로의 정의 속에서 악행을 저질러온 자신의 행적이 하찮게 느껴지는 거대한 악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 '악질경찰' 공식 
영화 '악질경찰' 공식 

인간의 가슴에는 스스로 알지 못하는 면이 있다. 

영화 <악질경찰>의 이후 이야기는 관람객들의 예상과 엇비슷하게 흘러간다. 악(惡)의 주식회사에서 시스템적 유기체로 구성되어 인간성을 상실한 직원들은 강자(强者)의 힘에 굴복하여 선(善)에 대한 번뇌(煩惱)를 느끼지 못하고 악행을 저지른다. 이를 마주한 조필호는 거대한 집합체로서 존재하는 악의 모습에 인간적 두려움을 느끼며 갈등한다. 이후 <악질경찰>은 조필호가 보이는 변화의 본질에 집중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의 핵심은 악의 향연이 아니라 그것을 본질적으로 지배하는 신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에 있다. 순수한 악도 선의 영역에서 포용된다는 것이다. 영화 <악질경찰>을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생각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불을 지피는 사건이 존재하고 이에 변모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감독이 보여주려는 것은 선악의 피안에 나타나는 어떤 존재일 것이다. 

다만 영화 <악질경찰>은 미장센(mise en scene)의 영역에서 각각의 지점이 의미를 가진 것은 좋으나 따로따로 촬영된 필름의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몽타주(montage) 혹은 편집(editing)의 영역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물의 변화과정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수 있음에도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변모한 조필호의 모습은 통쾌하지만 차용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연출이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희생 이외의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으로 몰고가는 기교도 아쉽다. 희생은 자기 보전의 본능에 저항하는 것이기에 확고부동의 당위성을 얻어야  하는데 조필호의 상황은  관람객들을 설득하기 힘들어 보인다. 

영화 <악질경찰>은 오는 20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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