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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Point] 신지훈 감독의 ‘직무유기’
[Moving Point] 신지훈 감독의 ‘직무유기’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9.04.0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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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직무유기’ 이미지
영화 ‘직무유기’ 이미지

흔히들 나라를 지키러 간다고 한다. 입대할 때는 두려움도 있지만, 나라를 위한 자기희생이라는 생각도 조금은 할 것이다. 문제는 막상 군에 입대하고 보면 그저 값싼 노동력일 뿐이다. 특히 직업 군인인 간부들의 노예같이 부려질 때가 많다. 그들은 ‘직업’ 군인이다. 군대라는 회사에 취직해서 일하는 회사원일 뿐이다.

영화 <직무유기>는 군대에서 행해지는 폭력과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바라는 인간들의 이기주의가 사건을 은폐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명 고문관 혹은 관심병사 취급 당하고 있는 이승우 이병은 야간 근무 중 부대 시설 번호를 외우고 있었다. 번호를 외우던 중 승우는 깜빡 졸게 되고, 선임의 질타가 쏟아진다. 자냐는 선임의 질문에도 승우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럼 뭘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부대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다고 대답한다. 선임은 시험하듯 전화번호를 물어보지만, 방금까지만해도 외우고 있던 번호가 생각나질 않는다.

소대장인 전상진 중위는 껄렁껄렁 대며 담배를 입에 꼬나문다. 상진은 갑자기 돌아온 선임에게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누군가 소원수리를 해서 급하게 돌아온 모양이었다. 적당히 자기들 선에서 끝내려는 선임에게 그래도 되냐며, 직무유기 아니냐고 묻는다. 상진은 선임은 회사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는 하기 싫다며 성질을 내기 시작한다. 짜증스레 군기를 잡고는 행보관을 만나러 가버린다.

짜증스레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승우가 다가온다. 상진은 승우를 위로하기 보단, 잘못을 지적한다. 잘하고 싶다는 승우의 말은 상진에게 통하질 않는다. 상진이 승우를 다그치고 있을 때 병사들이 다가와 족구하러 가자며 데려가버린다.

상진이 병장을 불러 신병 하나 통제하지 못하냐고 다그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승우가 연장을 들고 날뛰기 시작한다. 상진과 대화를 나누던 병장이 달려가 제압하기 시작한다. 결국 두 사람이 쓰러지고, 상진은 욕지거리를 뱉으며 그들에게 다가간다. 누워있는 승우를 불러보지만, 승우는 미동도 없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있ᄋᅠᆻ다. 급히 의무관을 부르려하지만, 병장이 상진을 막아선다. 이게 알려지면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다며, 족구하다 다진걸로 알리자는 것이다. 상진은 혼란해하기 시작하고, 갑자기 어디론가 걷기 시작한다. 상진은 걸어가다 선임에게서 소원 수리 용지를 받아 소각장에서 태워버린다. 이승우의 일기까지 모두 태우며 의무관을 부른다.

신지훈 감독의 <직무유기>는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사건을 묻어버리는 이기적인 집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극에 등장하는 사람 중 제대로 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군생활을 잘하고 싶었지만 잘하지 못하던 이병도 태도가 이상하다. 맡은 임무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고, 실수로 깜빡 졸았을 때도 솔직히 사과를 했으면 됐을 일이다. 병장을 비롯한 간부들도 승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다면, 더 괜찮은 상황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신지훈 감독의 <직무유기>는 이랬으면 좋았을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을 무참히 무시해버리는 집단의 이기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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