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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칼럼]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유현준 칼럼]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 유현준 기자
  • 승인 2018.10.10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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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대의 민낯”

[뉴스포인트 = 유현준 기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2005년에 개봉한 윤종빈 감독의 독립영화로, 병영부조리·구타·가혹행위 등 한국군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보통 군 관련 영화와는 다르게 현실의 군대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리얼한 군대 영화로서 명성이 아주 높다.

대개 군대 영화는 군 당국의 촬영 협조나 흥행을 위해서 전우애·인간적인 면 등을 표현하는 반면, 이 작품은 군대 내무생활에 대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때문에 군대에 가기 전에 한 번 보고 가면 좋다는 반응들이 많다.

본 작품은 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42회 백상예술대상·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각각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PSB 관객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다. 또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기도 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

이 작품은 말년 육군병장 유태정과 그의 후임이면서 중학교 동창인 이승영, 승영의 후임 허지훈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로 상병 이승영이 탈영하고 제대한 태정을 만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와 이승영이 군대에 있을 동안의 이야기가 담겼다.

특히, 이승영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눈에 띈다. 이승영은 군대의 각종 비합리에 정면으로 대항하려 하는, 군대에 부적격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성질 뻗치면 고참에게 ‘씨발’이라는 욕설을 할 정도다. “내가 고참 되면 모든 걸 바꿀 거야” 같은 말도 하는데, 이는 자신이 잘 대해주려 했던 지훈이 그를 만만하게 보는 일 등을 겪으면서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비합리적인 군 생활에 적응해 가게 된다. 이후 사람 좋은 선임에서 점점 변하게 돼 결국 그가 싫어했던 고참들의 모습을 점점 닮아간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포스터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포스터

맞후임 허지훈이 전화 통화 중 여자 친구에게 버림 받아 괴로워하며 모자를 벗고 담배를 피우며 터벅터벅 올라오는데, 승영은 심대석 병장과 동행하다 그를 발견한다. 이에 승영은 허지훈의 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액션을 취하게 되는데, 정신적으로 벼랑에 몰렸던 허지훈이 홧김에 욕을 하자, 당황하며 다른 선임들처럼 그를 욕하며 폭행을 가해버리고 만다. 허지훈은 결국 자신의 처지를 견디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군화 끈으로 목을 매 자살한다.

허지훈이 자살한 이후 승영은 후임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고, 탈영을 해 밖으로 나와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실패해서 태정에게 하룻밤을 재워달라고 하고, 여관방에서 잠자는 태정에게 자꾸 말을 걸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한다. 이는 태정을 통해 자신은 문제없이 잘해 왔다면서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사정을 알지 못하는 태정은 자신과는 별 상관도 없는 이야기만 해대는 승영에게 짜증을 내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고 나서 여관방에 혼자 남게 된 승영은 이어폰을 꽂은 채 손목을 긋고 자살을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태정이 다시 돌아왔을 땐 이미 늦어버린 이후다.

이후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서 태정이 승영에게 “넌 어른이 먼저 되어야 돼 임마”·“네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러면 너만 힘들어져” 같이 충고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을 통해서 우리는 태정이 말하는 어른이 된 태정과 어른이 되지 못하고 후임의 자살에 죄책감을 느끼다 자살하는 승영이 대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듯,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각 인물들을 그려내면서 현실에 비일비재하게 존재하는 군 부조리에 대해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이미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이미지

여담

감독이 이 영화를 찍을 때 국방부에 거짓 시나리오를 제출해 촬영허가를 받았다. 이에 국방부는 육군 홍보영화인 줄 알고 촬영협조를 했는데, 영화에서 군대 내 부조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자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소송까지 불사할 모습을 보였었다. 그 반응에 감독은 공개 사과문을 신문에 게재하면서 어떠한 법적조치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감독이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학생 신분(중앙대)으로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든 영화임을 감안해 넘어갔다.

이후 이 영화는 육해공군과 해병대에서는 교육 기간·연휴기간 때마다 틀어주는 영화가 됐다. 훈련소·자대 등에서 정훈 교육할 때 가혹행위 사례로 이 영화의 장면을 꽤 많이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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