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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배우 권소현 ① - 영화 '생일' 속 은빈에 대하여
[심층인터뷰] 배우 권소현 ① - 영화 '생일' 속 은빈에 대하여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9.04.26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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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큰 강물, 외면하던 무언가, 혹은
누군가로 통하는 문이 완고하게 소통한다.

영화 <생일>은 배우 권소현의 반환점이 될 것이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속에서 배우 권소현은 은빈 역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가슴을 저미는 인상을 남겼다. 스크린 속 은빈은 부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겪은 삶의 의미는 그렇게 쉽게 정의되지 않는다. 분분한 어둠 속에서 주어진 결핍을 잊은 듯 달렸고, 또 길 잃은 아이처럼 목 놓아 가슴으로 울었다.

익숙하다는 것은 참 손쉬운 말이다. 배우 권소현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격정의 때까지, 또 하나의 소녀를 고즈넉이 그려봤을 것이다. 홀로 선 소녀의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 그녀가 느낀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배우 권소현을 만나 영화 <생일>에 대한 이야기와 반환점에 선 소감을 들어봤다.

배우 권소현 뉴스포인트 인터뷰 모습 / 사진 = 노동훈 객원기자
배우 권소현 뉴스포인트 인터뷰 모습 / 사진 = 노동훈 객원기자

Q. 영화 <생일>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싶다. 권소현 배우가 연기한 '은빈'은 여러 형태의 죄책감을 간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생존에 대한 부분이 그러하고, 구원에 대한 부분도 그러할 것이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은빈'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어떤 인물로 생각됐고, 연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A. 은빈이 가진 트라우마는 제가 살면서 겪지 못한 트라우마였어요. 그렇기에 제가 가진 트라우마들로 은빈이란 친구에 접근하기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너무 크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영상들이나 자료들을 최대한 찾아보려 노력했습니다. 대중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도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최대한 살펴보려 했던 것 같아요. 제가 그 상황이 되려는 노력을 꾸준히 했습니다.

Q. 개인적인 생각으로 '은빈'은 사건 이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며 자신을 위한 사회활동을 그만둔 인물로 생각된다. '은빈'과 권소현의 모습이 달라 어색한 부분은 없었는가?

A. 저도 막 지인들이 많거나 이런 편 아니고 보는 지인들만 보는 편이긴 해요. 은빈이란 친구도 정말 딱 자기의 모습을 그대로 봐주는 그 친구 한두 명만 어울리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은 그래도 비슷할 수도 있겠다. 라는 조건으로 접근을 했었어요. 그런데 나의 모습을 알 것 같은 모든 사람과 단절하는 모습은 저랑은 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 또한 그렇게 하려고 한동안은 주변 지인들 좀 안 만나고 영상 자료를 보는 과정에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그 상황을 제가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걸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환경을 형성하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배우 권소현 뉴스포인트 인터뷰 모습 / 사진 = 노동훈 객원기자
배우 권소현 뉴스포인트 인터뷰 모습 / 사진 = 노동훈 객원기자

Q. 가슴 속 화를 터트리지 않고 속으로 분노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인간미 넘치는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하는 방점이었다. 이종언 감독의 연출이었는지 권소현 배우의 해석이었는지 궁금하다.

A. 성준이와의 대화에서 제가 “그냥 나아는 체하지마.” 하고 돌아갔을 때의 느낌은 ‘그냥 피하고 싶었을 것 같다.’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하고도 그렇게 생각이 들었고 ‘그런 트라우마가 있는 친구고 혼자 많이 분노하고 삼키고 터트리고 혼자 많이 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생존자 친구 중에는 ‘우리는 이러이러해요.’라며 사회활동을 하는 친구도 있고, 아닌 친구도 있고, 혼자서 삭히는 친구가 있는데 저는 은빈이를 영화 속의 그 모습으로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생일모임 때가 돼서야 혼자서 삭였던 그 마음을 터트렸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성준이랑 걸어갔었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부분도 많았었는데 ‘얘가 얼마나 혼자 삭였을까? 힘들었을까? 두려웠을까?’라는, 그런 관점으로 많이 봐주셔서 그 모습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장면은 감독님하고도 말을 많이 했었어요. 대사 하나하나에 이 단어를 써도 될까? 너무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았었고 수정도 많이 진행했습니다.

Q.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카피를 처음 봤을 때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영화 시나리오가 그렇지만 남다른 감정이 속삭였을 것 같다. 영화 <생일>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어떤 소감이었는지 궁금하다.

A. 처음에 이제 오디션을 봤을 때만 해도 이 이야기를 다루는지는 몰랐어요. 그냥 오디션 대본에서도 그랬고 그냥 친구를 잃은 학생이겠거니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 시나리오들을 봤을 때 놀랐던 부분도 있었었고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떡하면 내가 더 뭔가 상처를 주지 않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도 많이 울었고 또 은빈이란 친구에 대해서 위주로 많이 보는 경향도 있었는데 이 친구가 겪었을 고통과 아픔이 어느 정도였을까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보니까 더 먹먹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꼭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명확히 들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절 선택해주신 부분이 있었고요. 시나리오 처음 읽었을 때는 ‘더 잘해야 한다.’라는 그런 부담감도 엄청나게 컸었어요.

배우 권소현 뉴스포인트 인터뷰 모습 / 사진 = 노동훈 객원기자
배우 권소현 뉴스포인트 인터뷰 모습 / 사진 = 노동훈 객원기자

Q. 영화 촬영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없었는지?

A. 아무래도 마지막에 그 생일모임을 했던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렇게 롱테이크로 촬영을 해봤던 경험도 없었고 또 정말 그 모임에 참여하는 기분이었거든요. 감독님이 준비하신 영상도 그때 처음 보게 됐어요. 새로운 것들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한 거의 3~4일을 찍었었어요. 그러면서 많은 감정이 소모됐고 이후에는 다 같이 서로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토닥여주고 했습니다. 또 제가 잘 표현하고 싶은 부담감 속에 있을 때 선배님들과 선생님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 장면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완성된 영화를 본 느낌은 어떤지 궁금하다. 평소보다 기합이 많이 들어가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은데, 보면서 자신의 연기에 만족했는지 묻고 싶다.

A. 아무래도 만족은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한테 있어서 그때 제가 ‘최대한으로 뭔가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거는 그래도 담겨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생일모임 때와 덧붙여 이야기해 보면 아무래도 정말 처음엔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에 이 시나리오를 계속, 계속, 계속 보면서 부담을 느꼈던 것도 사실인데 오히려 그 생일모임을 촬영할 때는 더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담감을 선배님들과 같이 공유했을 때도 ‘여기에 온 것은 수호의 어머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함이고, 수호의 마지막 순간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런 것들에 더 집중되곤 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긴 하지만 앞으로 제가 계속 연기를 해도 엄청나게 만족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웃음)

② - '연기자로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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