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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칼럼] 영화 ‘우드우’
[유현준 칼럼] 영화 ‘우드우’
  • 유현준 기자
  • 승인 2019.05.17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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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드우’ 공식 이미지
영화 ‘우드우’ 공식 이미지

영화 <우드우(원제:Woodwoo)>는 2013년 ‘제11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으로 런닝타임 12분57초의 단평영화다.

늙은 나무

조니 필립스Jonny Phillips 감독이 연출‧극본‧주연을 모두 맡았고, 이외 인물로 존 커크 John Kirk, 조나단 블래그로브Jonathan Blagrove가 출연한다.

이 영화는 무기력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 늙은 나무 치료 전문가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는 힘과 기운이 없어 얼굴과 어깨가 축 처져 있고, 모든 행동이 느릿느릿해 활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런 그는 떡갈나무 고목 하나와 맞딱뜨리게 된다. 잎들이 노랗게 병든 그 고목을 치료하기 위해서 남자는 밧줄 하나에 몸을 맡기고 전기 톱과 함께 나무에 오르게 된다. 이후 나무를 치료고자 늙은 가지들을 전기톱으로 베어내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남자는 무료하기가 짝이 없다. 나무를 살리기 위한 행동을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단조롭게 해내기만 하는 그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나무를 베어나가던 도중 그는 잠깐 숨을 돌리기 위해 땀을 닦아내는데, 그때 안전모를 떨어뜨리고 만다. 안전모를 줍기 위해 동료에게 톱 좀 받아달라고 말하지만, 동료는 거리가 멀고 통화중이어서 그의 말이 닿지 않는다. 결국 그는 혼자 내려가고, 발을 헛디뎌 나무에서 떨어지고 만다. 다행히 몸에 밧줄이 걸려 있어 땅바닥으로 추락하진 않았지만, 전기톱이 돌아가면서 남자의 위로 떨어진다. 전기톱 또한 밧줄에 걸려 있어 남자의 몸으로 바로 떨어져 부상을 입히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밧줄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큰 사고가 일어났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영화 ‘우드우’ 이미지
영화 ‘우드우’ 이미지

그저 흘러가기만 하던 일상이 바뀐 그 순간에, 남자는 강렬한 깨달음을 얻는다. 이파리들이 노랗게 변한 고목과 동료에게 자신은 늙었노라고 나지막이 내뱉었던 기억이 교차하고, 우리는 영화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남자가 미소를 짓고 웃음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남자는 천천히 나무에서 내려오고, 동료는 그를 걱정해 달려와 괜찮냐고 묻는다. 남자는 숨을 몰아쉬면서 괜찬하고 대답하는데, 그런 그에게 동료는 차 한 잔 하겠냐고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한창 일할 때 물었던 질문으로, 그때 남자는 일을 하느라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렬한 깨달음을 얻고 난 이후,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차 한 잔 좋지”라고 대답한다.

이후 두 남자는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고목에서 멀어져간다. 그리고 바로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무기력하고 무료하게 흘러만 가던 남자의 일상이 앞으로는 다를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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