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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칼럼] 영화 ‘사진’
[유현준 칼럼] 영화 ‘사진’
  • 유현준 기자
  • 승인 2018.01.13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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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상태의 생동감”

[NewsPoint = 유현준 기자] 단편 영화 <사진>은 강경민 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고 전소니, 백유진, 김시환이 각각 만삭의 여인, 여인의 남편, 아이 역으로 출연한다. 러닝타임은 6분으로 길지 않다.

영화는 만삭의 여인이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여인은 힘겹게 한 발을 내딛고 멈춰 섰다가 다시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제목이 떠오름과 동시에 여인의 남편의 것으로 예상되는 허밍이 들려온다.

만삭의 여인은 곧 집에 도달한다. 여인은 평상에 누워 있는 남편을 보며 미소 짓는다. 남편 또한 여인을 발견하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여인의 짐을 대신 들며 무거운 것은 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덧붙이면서.

남편은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남편의 시선에 의문을 느끼는 여인을 향해 남편은 한 곳을 가리키며 서보라고 말한다. 우리는 남편의 손에 쥐어진 사진기를 통해 사진을 찍기 위함을 알 수 있다.

영화 '사진' 스틸컷 이미지
영화 '사진' 스틸컷 이미지

정지 속의 생동감

그러고선 영화는 하나의 이어붙인 영상이 아니라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듯 처리해 진행된다.

진통을 느끼는 여인, 여인에게 달라붙은 남편, 평상에서 굴러 떨어지는 과일들. 영상이 아니라 사진으로 처리된 그 장면은 정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정지 상태에서 느껴지는 긴박함이 강렬하다.

그리고 영화는 검게 암전 됐다가 집 곳곳을 보여주며 다시 흘러간다. 두 켤레의 크고 작은 신발을 보여주고 이어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를 보여준다. 아이의 그림엔 아빠 엄마 자식 세 명의 사람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그려져 있지 않다.

그때, 집 안에서 남편이 나와 신발끈을 묶으며 집에 늦게 들어온다고 말한다. 아이의 무심한 다녀오라는 말에 남편은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곤 집을 떠난다. 남편이 떠난 자리엔 작은 수첩이 하나 놓여 있다. 수첩엔 사진 한 장이 끼어져 있고, 아이는 조심스럽게 수첩에서 사진을 빼내 들여다본다.

사진엔 만삭의 여인이 담겨 있다. 어머니를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이는 본능적으로 사진 속 만삭의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임을 느끼고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영화는 스케치북에 그려진 얼굴 없는 엄마와 만삭의 여인 사진을 들여다보는 아이를 보여주며 끝이 난다.

단편영화 <사진>은 연출이 뛰어난 작품이다. 움직이지 않는 사진을 보여줌으로서 오히려 생동감을 표현한 것도 그렇지만, 약 6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별다른 대사 없이도 이야기를 담아낸 점이 그렇다.

연출에만 신경 쓰다보면 이야기를 놓치기 쉬운 법인데, 강경민 감독은 단편영화 <사진>에서 짧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냈다. 분명,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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