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0-20 16:09 (토)
[Search Heart]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작가의 로리타(Lolita)
[Search Heart]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작가의 로리타(Lolita)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8.01.20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사랑의 흔적과 기억, 그리고 상처’

[NewsPoint = 변종석 기자] 러시아 출생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1955년 파리에서 처음 ‘로리타Lolita’를 출간했지만 미국 관세청은 미국 내 반입 금지 조치를 취했고 영국 국회는 외설 문제로 오랫동안 문제가 많았다. 또 유명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과 애드리안 라인이 각각 1962년과 1997년에 영화화했지만 역시 보수적인 검열 때문에 개봉에 난항을 거듭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15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며 미성숙한 소녀에 대한 정서적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가지는 현상에 대한 용어로 로리타신드롬, 또는 로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의 어원이 되기도 한다.

로리타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인 험버트는 14살 때 첫사랑인 이 죽고, 첫사랑을 잊지 못해 아동성애자가 되어 미성년자에게만 성적인 욕구를 느끼게 된다. 험버트는 바람을 핀 아내와 이혼 후 미국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소녀 로리타에게 반하여 그의 어머니와 결혼한다. 그러나 자신의 망상과 이야기를 적은 글이 아내에게 들키고, 아내가 어디론가 편지를 보내려고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죽자 로리타와 함께 여행을 떠나며 여러 일을 겪게 된다. 결국 로리타는 퀼티에게 도망가고 험버트는 로리타를 찾아 또 다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다. 결국 몇 년 뒤 돈이 필요하다는 로리타의 편지로 그녀를 찾은 험버트는 그녀를 데려간 사람이 퀼티라는 것을 알고 그를 찾아가 총으로 쏴 죽인다.

로리타는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상당히 복잡한 내용의 소설이다. 실제로 메타픽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발점으로 포스트모던 사조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의 소설은 디테일하지만 정작 중요한 소재이자 내용인 로버트와 로리타의 관계에 확실한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 내용도 많다. 험버트가 어려보이는 여자와 결혼했다가 그녀가 폭삭 늙어 보이는 것을 경멸하다가 결국 첫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결국 헤어지게 되는 내용과 로리타가 사라지고 그녀를 찾아다니면서 리타라는 여자와 같이 여행을 하게 된다.

소설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주인공 험버트의 1인칭을 바탕으로 시점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험버트는 배심원들에게 변론을 하는 피고인의 모습으로 또는 로리타에게 편지를 쓰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이런 방식을 통해 험버트는 피고인으로서 배심원들에게, 혹은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서 로리타에게 자신의 내면세계를 고백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소설은 험버트의 사고방식과 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그의 눈을 따라 움직이며 대상이 묘사되고 사고된다. 험버트가 보고 느끼는 것을 디테일하게 표현함으로써 상당히 몰입할 수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험버트가 소녀를 요정(또는 님펫)이라 부르며 묘한 성적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정신병원에서 치료 받을 정도로 내면에 불안함과 격렬함을 지니고 있다는 점,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인물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로리타' (1962년 작)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로리타' (1962년 작)

1962년에 제작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에서 험버트는 어찌 보면 단순히 엉큼한 아저씨로 보인다. 스탠리 큐브릭 특유의 블랙 코미디적 요소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 로리타는 약간 성숙해보이는 여자 주인공이 연기한다. 당시 16세의 수 라이온은 성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소설 속의 13세 주인공과는 조금 동떨어져보이는데, 소설 속 험버트가 정해놓은 님펫의 나이는 9세에서 14세까지이기에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구성 또한 소설과 차이가 있다. 애드리안의 97년도 작과 소설은 연대기적 구성을 보이지만, 큐브릭은 [끝 - 처음 - 중간 - 끝]을 이용하여 1인칭 관점에서 풀어가는 소설의 내용을 좀 더 흥미롭게 한다.

사실 로리타에서의 ‘퀼티’의 역할은 크기는 하지만 없다시피하다.

그런 퀼티가 처음에 험버트에게 살해당하면서 ‘왜 험터트가 퀼티를 죽였는가?’하는 의문을 관객에게 제시하고 로리타와의 이야기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험버트의 과거를 제시하며 그의 성적 취향을 보여주고 이를 통하여 로리타에게 느끼는 애정을 합리화시키는 연대기적 소설의 스토리와는 다른 방식이다. 이는 험버트가 로리타에게 느끼는 감정에 대한 합리성이 떨어진다. 이 왜곡된 사랑을 슬픈 사랑으로 인식하게 하는 소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로리타는 1997년에 애드리안 라인 감독이 다시 한 번 리메이크하면서 큐브릭의 것과 다른 느낌을 준다.

스토리 플롯이 대체적으로 원작에 충실했고, 사십 대 남자의 십대에 대한 성적인 사랑이라는 소재가 슬픈 사랑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험버트 역할을 제레미 아이언스가 맡으며 더 신사적이며 핸섬한 느낌으로 원작 소설과 많이 닮은 느낌을 준다. 또한 도미니크 스웨인은 수 라이온과 달리 좀 더 말괄량이의 어린 소녀 느낌을 잘 살렸다. 전작과 달리 그 때 시절 당시의 의류와 차를 이용하한 미쟝센이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험버트의 첫 사랑인 애너벨을 출현시킴으로써 그가 왜 어린아이에게 집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로리타' (1997년 작)
애드리안 라인 감독의 '로리타' (1997년 작)

영화의 거의 막바지 장면에 험버트는 생각한다. ‘난 그녀를 보고 또 보고 뼈에 사무치게 통감했죠. 이 세상 무엇보다 그녀를 사랑했다고. 그녀는 옛날에 죽어버린 한 소녀의 환영에 불과했으나, 미치도록 그녀를 사랑했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배어 오렴된 로리타를… 시들어 창백해진 얼굴에 아련히 남은 소녀의 잔영에… 난 여전히 미칠 수 있었죠.’라고.

소설 속에서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여인인 애너벨의 기억 속에 갇혀있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닌 로리타,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는 로리타, 아이를 가지고 배가 부르고 중년이 되어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로리타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험버트는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변태적인 성취향이 아닌 그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슬픔과 상처로 생긴 트라우마가 로리타를 통해서 치유되는 것이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 있다. 영화는 짧게는 1시간 반에서 길게는 3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민음사에서 편집하여 출간한 로리타는 서문, 해설을 빼고 400Page가 넘는다. 긴 내용을 영상화할 때는 이야기를 단순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설의 세세한 상황 묘사나 문체가 주는 느낌, 심리적인 표현을 통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내용 중에 로리타를 기숙학원에 보내는 내용이 있다. 로리타는 닦달하는 엄마의 차를 타려는데 창문을 통해서 내려다보는 험버트를 보더니 단숨에 달려간다. 큐브릭과 애드리안은 그 장면을 중요하게 묘사했다. 큐브릭의 경우 1분 30초가 넘도록 롱샷으로 잡았고, 애드리안은 로리타가 계단을 뛰어가는 모습을 빠르게, 험버트에게 안기는 모습을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했다.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시각과 청각의 자극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볼 수 있게 한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엄연히 다른 작품이다. 소설에 대한 감독의 해석과 표현이 다르며 독자가 생각했던 다른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느낌을 줄 수가 있다. 소설과 영화를 또 다른 작품으로 인지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영화를 한 편 더 보면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