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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칼럼] 영화 ‘기동전사 행진곡’
[유현준 칼럼] 영화 ‘기동전사 행진곡’
  • 유현준 기자
  • 승인 2019.05.28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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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동전사 행진곡’ 타이틀 이미지
영화 ‘기동전사 행진곡’ 타이틀 이미지

신민주 감독의 단편영화 <기동전사 행진곡>은 서경대학교 영화영상학과 2학년 2학기 영화제작 워크샵 작품이며, 드라마 [응답하라1988]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최근 영화 <돈>으로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배우 류준열이 출연했던 작품이다.

류준열이 열연한 ‘현동’은 세상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은둔형 외톨이다. 그가 생활하고 있는 방 안은 건담 프라모델로 가득하다. 그렇다. 그는 집에서만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인 동시에 기동전사 건담에 빠져 사는 오타쿠이기도 하다.

택배

영화는 현동이 잠들어 있는 모습에서부터 출발한다. 핸드폰 메시지가 올 때마다 뒤척이는 현동은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하다 잠들었는지 손에는 조립품을 꼭 쥐고 있다. 또 한 번 핸드폰이 진동으로 메시지 알림을 알리는데, 건담이 택배 배송된다는 내용의 메시지다.

택배 아저씨는 택배를 현동의 집 앞 복도에 내려놓고 급히 떠난다. 그러나 택배의 물건은 문과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문을 열고 몇 발자국 나가 택배를 집어 들고 들어오면 되는 거리지만, 은둔형 외톨이인 현동에겐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그러나 소중한 건담 프라모델을 아파트 복도에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현동은 썬팅캡을 얼굴에 덮어버리듯 쓰고 택배를 갖고 오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기로 한다. 깊이 숨을 내쉬고, 문을 여닫는 등 결심을 위한 시간을 보낸 후에야 현동은 집 밖으로 나와 택배를 집어 든다. 바로 그때, 문이 닫혀 버린다. 현동은 다급히 비밀번호를 눌러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비밀번호를 몇 번이고 틀려 문은 차단돼 열리지 않는다. 말 그대로 현동은 세상 밖에 갇혀버리게 된 것이다.

열쇠

현동은 현관문을 다시 열기 위해 열쇠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영화는 집 문을 열기 위해 열쇠집을 찾아 떠나는 맨발의 현동의 모험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현동은 열쇠집을 향해 가다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택배를 훔쳐가려는 도둑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 장면들에서 현동은 하나의 공통점을 보인다. 눈앞의 대상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는 점이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넘어져 발목을 다친 현동을 걱정하는데, 그는 썬팅캡을 떨어뜨린 것도 잊은 채 도망친다. 택배 도둑으로 오해를 받은 장면도 비슷하다. 택배 아저씨 거냐는 고등학생의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면 될 일도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도둑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그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현동이 단순히 건담 프라모델 오타쿠이기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고등학생에게서 사과의 의미로 슬리퍼를 받게 된 현동은 미소를 지으며 열쇠집을 향해 걸어간다. 하지만 두 소년이 한 소년의 장난감을 빼앗으려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현동은 입가에 미소를 지우게 된다. 그 모습은 현동의 과거가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현동이 집안에서만 자유로운 것, 눈앞의 상대를 대하는 게 어려운 것 모두 고등학생 때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사람들을 피해왔던 현동은 처음으로 소년들을 향해 나서게 된다. 과거의 자신이 떠올라 자기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서, 소년들에게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다. 현동은 소년에게 “다음엔 절대 빼앗기지 마”라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조언을 하면서 소년을 미소 짓게 한다.

영화 ‘기동전사 행진곡’ 이미지
영화 ‘기동전사 행진곡’ 이미지

이후 현동은 열쇠집에 다다르게 되지만, 그렇다고 현동의 모험이 끝난 것은 아니다. 열쇠집에 도착했어도, 그의 집 현관문은 여전히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닫힌 문을 열기 위해서는 현동이 내디뎌야 할 한 발자국이 남아있다.

영화 <기동전사 행진곡>은 순간의 실수로 세상 밖에 갇히게 된 은둔형 외톨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는 동안 오히려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아이러니한 여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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