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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ng Point] 민용근 감독의 ‘고양이 춤’
[Moving Point] 민용근 감독의 ‘고양이 춤’
  • 변종석 기자
  • 승인 2019.06.03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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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양이 춤’ 이미지
영화 ‘고양이 춤’ 이미지

민용근 감독은 <고양이 춤>을 통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을 따뜻하고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누군가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은 실로 준비하기 힘들다. 이러한 상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별다른 예고도 없이, 가령 상대방과 같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던 때라도 말이다.

<고양이 춤>은 식사를 준비 중이던 여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얼굴이 하얗게 질ㄹ고 경악에 차서 허겁지겁 여자가 집을 나서자, 그 사이 남자가 집으로 돌아온다. 집 안을 둘러보지만, 여자는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가 차려 놓은 식사를 맛있게 먹어치운다. 그리고 상복을 입은 여자가 돌아온다. 부쩍 피곤하고 생기를 잃은 얼굴이다. 여자가 차려 놓은 식사는 그대로였고, 여자의 남편이 사망한 것이었다. 남편의 사진을 보며 울고 있을 때, 고양이 인형이 유쾌한 노래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여자는 놀란 얼굴로 인형을 바라본다. 이윽고 춤이 끝나지만, 누군가 손을 꾹 누르자, 인형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민용근 감독의 <고양이 춤>은 확실하게 정보를 주지 않는다. ‘제 남편이 사고를 당했다고요?’ 같이 재미없는 대사 처리는 없다. 놀란 얼굴의 표정, 여자의 눈길은 남편의 사진에 향하고, 허겁지겁 맨발로 운동화를 신고 뛰쳐나간다. 쓸데없이 내 남편이 사고를 당해 죽어 슬프다, 너무 괴롭다, 같은 대사를 하지 않는다. 얼이 빠진 표정, 하얗게 질린 표정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그저 오열하고, 사진을 바라보는 것이다. 슬픔에 대한 희망을 줄 때도 절제된 표현을 사용한다. 그저 우스꽝스러운 인형을 앞으로 내밀고, 그것과 연관된 자연스러운 감정을 표현한다.

요즘 매체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가끔 긴장감을 잃게 만들고, 극의 재미를 떨어트린다. 우리들에게 적당한 생략과 간략화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아니다. 단지 제작자의 노력과 생각이 모자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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